https://curious.quizby.me/azxw…서정적인 멜로디는 빼고
내 품 안에 잠겨
― 造花
향기 없는 꽃이
화려한 모란처럼
왜 비극적인 로맨스는
항상 끝에서야 사랑을 확인할까요?
야만의 시각화와
― 체리와인
사람 안 변한다며
사랑도 그대로야?
어슴푸레 비친 붉은 빛의 것이
네 사랑의 형태처럼 ···
나는 네가 싫어서.
― 唯一花
/ 영원한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요?
―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천사라, 아무도 못 봐.
여기 어떤 것도 없어,
우리 둘 밖에 없어.
그러니까 ···
날 조금 예뻐해보던가.
/
하경이 숨을 내쉬었다. 길게 늘어지며 떠오른 하얀 공기가 이내 밤하늘 아래 가려 희미해졌다.
벚나무에 꽃망울이 맺히던 이른 봄이었다. 서늘한 냉기가 얇은 천 자락을 뚫고 살결을 스쳤다. 하경은 금방 잠에서 깨어 몽롱해 있었다. 별안간 바람이 불어 코끝이 시큰했다. 창밖의 목련에서 꽃가루가 배어나와 베란다 안으로 흩날렸다. 밤새 창문을 열어둔 탓에 머리가 띵했다.
평소와 같이 하경은 널어둔 옷을 걷어입고 집을 나섰다. 도착한 가까운 거리의 역에서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인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며 코앞으로 흙먼지가 날렸다. 하경이 금방 도착한 곳에는 철골과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현대 미술관이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기에 관람객이 드물어 조용했다. 간간이 도시의 소음이 들려왔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선 그는 늘어선 작품의 한가운데 전시된 구체 앞에 멈춰섰다. 붉고 파란 조명 세 개가 다른 방향에서 그것을 비추고 있었다. 반투명한 겉껍질 안으로 비치는 투명색의 구체 안으로 섬유질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뭉친 것처럼 얽혀 있었다. 아직 굳지 않은 생명체의 모습, 또는 무언가의 혈관으로 보였다. 희미한 잔명이 어른거리는 모양새가 어딘가 기괴했지만 하경은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 미몽에 잠긴 듯했다.
<孕胎期 l 잉태기 l 幽明 (유명)>
작품의 오른쪽 끝에 걸린 캡션에는 그것의 이름과 작은 사진, 조각가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20대 중반의 앳된 얼굴을 가진 여자가 보였다. 일주일 전 인터넷으로 어렴풋이 보았던 신예 조각가였다.
— 유명 ···.
해가 졌다. 크게 뚫린 전시관의 창문 아래로 햇빛이 들어왔다. 미지근한 공기에 열이 올랐다. 유명의 작품을 본 이후로 하경은 다른 전시관을 조금씩 둘러본 후 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관을 나온 후 그는 연붉은 색의 벚잎이 깔린 시내를 걸었다. 퇴근 시간대에 나온 탓에 길가에 사람들이 즐비했다. 신호등이 밝은 초록빛으로 깜빡였다. 하경은 반대편으로 걸었다.
몰린 인파 사이에 밀려가던 중 그는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체리 색이 감도는 머리카락과 긴 속눈썹이 눈에 띄었다. 전시장 안 잉태기의 캡션에서 본 조각가의 얼굴이었다. 유명이 하경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이내 앞으로 걸었다. 하경의 시선이 유명의 머리에 떨어진 벚잎에 닿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