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20:26•조회 34•댓글 1•바이퍼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나는 고독하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커튼 사이에서 온갖 먼지가 뿜어져 나왔지만, 그럼에도 아무렴 지금에선 상관 없었다.
- 아이야...
나는 쓸쓸히 아이의 얼굴이 담긴 액자를 만지작거리며 외로움에 빠졌다. 아이가 죽지 않았더라면, 우린 이 먼지만 흩날리는 낡은 방을 아름다운 궁전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
*
아이는 말 그대로 아이였다. 어렸고, 가느렸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좋아했다. 비록 이름도, 정확한 키와 주소도 몰랐지만 아이를 좋아했다.
하루에 한 두 번 만나 이곳에서 얘기를 나누다 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럼에도 내가 아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는 아이가 날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 그 발갰던 홍조가 잊혀지지 않아서일까.
봄을 생각하면 봄 내음보다 네가 먼저 떠올랐고, 따스한 네 체온이 생각났다. 이것이 바로 사랑한다는 감정일까.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나는 도망치고, 도망쳤다. 저 멀리, 아이에게서.
아이가 날 찾던말던 나는 아이를 향한 나의 감정에 나는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게나 어린 널 좋아할리가 없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것은 사랑이었고, 우린 서로에게 버림받았다.
누가 먼저 내로라 할 것 없는, 서로의 이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