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검고 윤기나는 머리칼, 향긋한 프리지아 향수, 이건..
"윤승우?"
사랑의 눈 앞엔 어릴 적 함께 놀던 소꿉친구, 승우가 숨을 헐떡이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승우는.. 승우는, 사랑의 옛 연인이였다. 지금은 '전남친' 이라는 말이다. 연애도 모르는 꼬꼬마 일곱살 아이들의 사랑 맹세, 지금 보면 유치하다느니, 오글거린다느니 하겠지만 그때 사랑과 승우는 진지했다. 플라스틱 반지를 손에 끼고, 손을 잡고 "같이 가자." 라고 하던 게 몇년 전인데.
"니가 여길 어디라고 왔어?"
그땐 좋았었다. 같이 다니고 같이 놀고. 항상 함께였다. 승우가 갑자기 이유도 없이 사랑에게 이별을 고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헤어졌을 땐, 열 살이였다. 물론 그때도 어렸다. 사랑은 승우와 헤어지고 난 뒤, 그렇게 많이 울었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승우는 예전과 달랐다. 말투도 무뚝뚝하고, 뭔가 예전과는 바뀐 게 있었다.
"야, 니 집.. 아직 안 바꼈더라. 나 니 주소도 기억나는데."
그러고 보니, 여긴 사랑의 집 안이였다. 대낮에 찾아와서 웬 뻔뻔한 소리인가 싶었다. 근데, 싫지 않았다. 그렇게 꼴보기 싫던, 자길 매몰차게 차 버렸던 승우가 싫지 않았다.
"니 보고 싶어서 왔어, 그냥.. 생각나더라." "그래서 말인데.. 다시 널 좋아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