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던 애인이 다시 돌아왔다.
귀뚜라미도 지쳐 잠들 시간, 새벽 4시 13분. 폭신하고 넓은 침대에서 나 혼자 곤히 잠에 들었을 때, 갑자기 현관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열렸다.
삐리릭 -
뭐지? 얼떨결에 깨서 눈을 비비며 현관을 바라봤다. 어떤 실루엣이 현관 앞에 있었다. 아, 시력이 좀 안 좋아졌나. 흐려서 보일 듯, 말 듯한 당신을 눈살을 조금 찌푸려, 초점을 겨우 맞춰 바라봤다.
익숙한 키,
익숙한 헤어스타일,
익숙한 얼굴.
너였다.
잠만, 너라고?
" ... 보고 싶었어 "
겨우 맞춰졌던 초점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동공이 떨린다. 식은땀이 흘렀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질 때, 너도 나에게로 한 걸음 다가왔다.
" 왜 울어, 바보 같게. "
침대에서 일어나, 말 안 듣는 다리로 벽을 짚고 지탱하며 너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진짜 너인지 확인하기 위해,
진짜 너가 돌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 진짜.. 너야? "
네 앞으로 다가가, 한번 너의 옷깃을 만져봤다. 항상 맡아졌던 비누 향이 그대로 내 코 끝을 맴돌았다. 진짜 너였다. 내 애인, 너.
" 그럼 나지, 누구겠어. "
너는 손을 들어 나의 볼을 쓰담아주곤 내 눈물을 닦아줬다. 커다란 손은 내 얼굴을 감싸기 딱 좋았고, 나는 기분이 좋다는 듯 눈을 꼭 감았다. 너는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고는 그대로 나를 안아주었다.
" 너무.. 너무 보고 싶어,서.. "
어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우느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손이 덜덜 떨렸고, 말을 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떨려서 너무 추해보일 것 같았다.
고개를 올려 너와 눈을 마주 봤다. 뚜렷한 동공이 나를 뚫는 듯,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는 듯 바라봤다.
너의 커다란 손이 내 뒷머리를 쓸어내렸다. 그리고선 나의 목덜미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다른 한 손으론 내 턱을 조심히 잡았다.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눈을 감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나도 똑같이 눈을 슬며시 감았다.
그대로 입을 맞췄다. 내 입술을 너의 입술로 감싸는 그 따뜻함이 오랜만이었다. 원래 키스할 때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계속 다른 생각이 들었다.
' 아, 시발 다음엔 어떻게 죽이지. "
네가 돌아온 지 정확히 열두 번째.
너를 죽이는 횟수는 정확히 열두 번째.
다음은 익사로.
죽였던 애인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 애열 큐리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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