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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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7 13:01조회 82댓글 6한고요
햇살이 유난히도 투명하던 오후였다. 세상의 결이 한층 더 선명해지고, 모든 빛이 번져 흐르는 가운데서 오직 너만이 또렷하게 존재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은 햇빛을 머금은 듯 은은히 빛났고, 반쯤 감긴 눈동자에는 여름의 끝자락이 잠겨 있었다. 그 미소는, 익지 않은 열매처럼 서툴지만 달았다.

나는 사랑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다듬는 법을 몰랐고, 마음을 건네는 일에 언제나 어설펐다. 말 한마디를 꺼내는 것도, 눈을 마주치는 것도, 그저 서툰 연습 같았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이상하게도, 무모할 만큼 용기가 났다.

아마도 너를,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할 것 같다고.

그 말이 공기 속에 녹아드는 순간, 여름은 잠시 숨을 고른 듯 고요해졌다. 매미 울음조차 멎은 듯했고, 먼지 낀 햇빛이 두 사람의 사이를 부드럽게 가로질렀다. 나는 너의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그 말이, 내가 감히 내어놓은 모든 진심이 되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가에 번진 미묘한 웃음이 모든 대답을 대신했다. 그 웃음에는 놀람도, 서성임도, 아주 약간의 따스함도 섞여 있었다. 여름의 공기처럼 짙고 복잡한 감정의 층위가 그 짧은 순간에 스며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루를 살아내듯 사랑을 써 내려갔다. 사랑은 장엄한 약속이 아니라, 미세한 숨결과 시선의 누적이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걸음을 맞추던 골목의 그림자, 맞잡은 손끝의 체온, 별빛이 번지던 밤의 고요함. 그런 사소한 조각들이 모여 진심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저물어도, 나는 여전히 그날의 햇살 아래 머물러 있었다. 서툴렀던 고백은 여름의 잔향처럼 오래 남았고, 그 서투름 속에서 자라난 진심은 더 단단해졌다.

아마도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또 한 걸음 더 너에게 기울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 여름이 사라져도, 내 사랑은 늘 여름의 모양으로, 너의 이름을 품은 채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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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언니한테 청혼서 쓴 본인이에요
유건언니는 평생 몰랐음 했는데
이 정도면 언니도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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