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22:08•조회 38•댓글 3•depr3ssed
탈수기에 뇌를 돌리면
뇌척수액이 먼저 주르륵
뇌를 받들고 있던 다른 물들도 주르륵
눈물이 흐르는 모양인듯 하는데 그런 건 아무래도 관계무
그런 다음 뇌를 꺼내면 쪼그라든 심장이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고 날 사랑한다 외쳐
순애도 성애도 광애도 그 무엇도 아니었는데
아직도 무얼 놓쳐서는 이리도 애처롭게 울고 있니
이제 널 사랑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쓸데없는 꿀 바른 말들로 나비 유혹하고
팔랑거리는 날개를 찢어 액자에 박제
머리몸다리만 남은 가냘픈 벌레가 된 널
정신이 붙어있는 채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역시나 설탕 가득 발라진 말들로 탈수기에 쳐박아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 세 어절에 왜 슬퍼하는 것?
109번 윤회해서 사랑을 죽이는 것보다는
은쟁반에 썰려가면서까지 사랑을 맹세하는 것보다는
한번뿐인 인생 이렇게 깔끔히 또 멀끔히 마무리하는 게
더 좋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