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3 22:36•조회 61•댓글 2•유키노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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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花流水 (낙화유수) : 흐르는 물에 지는 꽃, 그 찰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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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가장 위태로운 문턱마다 서성이던 푸른 그림자.
정오의 빛 아래선 결코 보이지 않던, 오직 밤의 끝단에서만 만져지던 그 투명한 열병에 대하여.
청춘이란 이름의 계절은 늘 예고 없이 당도하여 우리를 뒤흔들곤 한다.
채 영글지 못한 꿈들이 잉크 자국처럼 번져가는 밤을 지나, 창백한 새벽달을 머금고서야 겨우 잠이 들던 기억들. 그 시절의 우리는 누군가에게 증명받고 싶어 안달이 났던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의 온기를 견디지 못해 밖으로 쏟아졌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책상 위에 흩어진 못 쓰는 파지들은 마치 어젯밤의 전사들이 남긴 허물처럼 고요하고.
사각거리는 연필 끝에서 태어난 단어들은 미처 문장이 되지 못한 채 공중으로 흩어질 뿐.
하지만 그 미완의 흔적들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뜨겁게 살아있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지문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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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끊임없이 속도를 요구하고, 청춘에게조차 성숙이라는 이름을 강요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개 자욱한 숲길을 헤매며 길을 잃는 일에 몰두한다.
무모하게 뻗은 손길이 가닿은 곳이 비록 낭떠러지였을지라도,
그 끝에서 마주한 바람의 결이 너무도 싱그러웠기에 차마 뒤돌아설 수 없었음을.
해의 고도가 낮아지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가 오면,
우리는 제 몸속에 머물던 마지막 햇살 한 조각까지 모두 털어내어 눈물로 적시고.
부서질 듯 찬란했던 그 계절의 조각들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세인이 말한다.
꽃이 지고 물이 흐르는 것은 서글픈 소멸의 과정임이 틀림없다고.
하지만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졌던 그 수많은 꽃잎이 가라앉은 바닥마다,
훗날 우리가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날 때 꺼내 먹을 단단한 씨앗이 맺히고 있다는 것을.
비릿한 새벽 향기를 가슴에 품고,
가장 찬란하게 흔들렸던 그 찰나의 기록을 영원히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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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그 눈부시고도 서늘한 조각들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