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3 17:34•조회 52•댓글 4•미드나잇
중간고사 마지막날, 모든 시험을 치고 하교하고 있었다.
교문을 벗어나니 허무했다. 허무한 마음 뿐이다.
시험 하나를 위해 몇 날, 며칠, 몇 시간을 보낸지도 모르겠다.
몇 달을 공부만했다. 밤늦게까지 의자에 앉아 평가문제집, 문제집, 자습서, 프린트, 외부지문등 별의 별것을 다 풀었고, 등굣길 버스 타고 가는 동안에도 공식과 영어 영영풀이를 떠올렸다. 머릿속이 온통 시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침내 성적표를 받았다.
전교 7등.
잘한 걸까? 기뻐해야 하는 걸까? 아쉬워해야 하는 걸까? 감이 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잘했네."라고 가볍게 말하고 지나갔다. 학원 선생님들도 고개만 끄덕였다. 집에서도 그랬다. "잘했어." 그 말뿐이었다.
결과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었다. 몇 달 동안 애써온 노력의 끝이 이거라니. 환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그저 종례가 끝나고, 다들 평소처럼 떠들며 교실을 나갈 뿐이다.
친구들의"놀이공원 갈래?"이 말에 난 힘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하늘만 바라봤다. 유난히 따뜻한 날이었다. 근데,
왜 내 속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는 것 같을까?
(실제 미드나잇이 학교에서 첫 중간고사 치고 썼던 단편 이야기(?))
(아, 전교 7등은 아니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