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9 12:03•조회 39•댓글 1•Light
포기하지 말라고요?
그런 말은 일찍 말해줘요.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서서히, 나의 흔적이 지워져 간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 모든 곳에서, 사라져간다.
들판에 핀 물망초를 뜯어,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나의 소원이, 사라져간다.
귓가에, 목소리가 아른아른거린다.
-바보같아!
-넌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도움도 안돼면서!
내가, 뭘 잘못했을까.
책상의 낙서들이 보인다.
나를 어둠속으로 추락시키는, 추악한 말들이 선명해져간다.
풀썩,
들판이 나를 감싸준다.
상처투성이인 몸을 포근하게 감싼다.
이대로, 잠들어서, 안식으로…
….
빠져든다.
….
나는, 자각몽에 갇혔다.
루시드 드림.
….
현대에는 불가사의한 질병이 있다.
백일몽.
특정 사람들이 자각몽에 갇히는, 불가사의한 병.
이 병에 걸린 자는, 어떠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깨지 못한다.
그런 병에,
나는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