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23:29•조회 48•댓글 0•mnoe
잘 지내세요, 저도 잘 지내볼게요. 이렇게 덤덤하게 말하기까지 세 달이 걸렸어요. 죽을 것 같다고 몸부림치기엔 우리는 헤어진 지 오래되었고, 한없이 울어도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밤이 필요했어요.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었고, 눈을 떠도 사라지지 않는 이름이었으니까요.
저만의 공간에선 또다시 당신 생각뿐이었고, 혹시 연락이 올까 싶어 늘 핸드폰을 곁에 두고 매일매일을 실망하며 보냈어요. 진동 한 번에도 심장이 먼저 반응하고, 화면을 확인한 뒤에야 숨을 내쉬는 날들이 반복됐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그렇게 괴로운 줄은 몰랐어요.
준 상처를 곱씹으며 기대를 지워나가다가, 엉엉 울면서 다시 살려냈고, 제 스스로 새긴 상처를 보며 우리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어요. 괜히 괜찮은 척 웃다가도, 혼자 남으면 그 모든 척이 무너져 내렸어요. 사랑을 지키겠다는 말들로 서로를 다치게 했다는 사실이 늦게 와서야 아프게 남아버렸어요.
한 번쯤은 후회하고 저를 열망하길 바랐었어요. 가장 행복한 날에 저를 떠올려 불행해지길 바라기도 했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싫어서, 스스로를 더 미워했어요. 입에도 올리기 싫은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하기도 했었고, 저를 얼마나 더 나락에 떨어지게 만들까 하며 원망하기도 했었어요. 어쩔 땐 제 전생의 형벌이 아닐까 싶었어요.
자도 자도 모자란 아침잠처럼 늘 부족했어요. 아무리 가져도 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손을 잡고 있어도 멀어지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고, 사랑하고 있다는 말 뒤에 늘 불안이 따라붙었어요. 반은 사랑이고 반은 두려움이었던, 그런 이상한 사랑을 했던 것 같아요.
이름 세 글자를 입이 다 헐도록 읊는 것을 좋아했어요. 상처 많은 당신이 좋았어요. 움푹 파인 생채기마다 제 상처를 맞대고, 우리의 살이 맞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로의 결핍으로 서로를 덮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게 어리석었겠죠. 저는 제 상처들을 거짓으로 가렸고, 그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새겨버렸네요.
그거 아세요? 저 마지막 저에게 했던 말, 거짓말인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했어요. 붙잡고 싶어서, 끝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포기해버렸어요. 서툰 첫사랑이었고 결국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 찬 사랑이었지만, 미숙한 청춘을 도려내며 사랑했어요.
함께했던 모든 순간순간이 벅찼고, 제 마지막 사랑이길 바랐어요. 자존심 버려가면서까지 사랑을 토해낸 그 순간은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게요. 그때만큼은 진심이었고, 거짓은 없었으니까요.
이제는 알아요. 당신을 놓아주는 게 당신을 잊는 일은 아니라는 것도, 잘 지낸다는 말이 반드시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도요. 다만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선택일 뿐이라는 걸요.
잘 지내세요.
저도, 조금씩 잘 지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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