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은 고통스러워합니다. 탑은 곧 감옥, 머리카락은 곧 족쇄가 되어 라푼젤을 영원히 묶어놓았어요.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어느 순간 단단하게 엉키기 시작했고, 그런 머리카락이 라푼젤을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여기가 그 머리가 엄청나게 긴 여자가 산다는 곳인가?"
"그래, 내가 봤다니까."
남자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라푼젤은 두려움에 떨었어요. 사람들의 목소리가 라푼젤의 귓속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창문으로 다가갑니다. 이윽고 탑 아래의 사람들이 라푼젤의 눈에 들어오자...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마치 자아라도 가진 듯, 스스로 탑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라푼젤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그야말로 잔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키 작은 남자의 목을 감쌌고, 두텁게 그를 조여오기 시작했어요. 그럴수록 남자의 눈동자는 흐려졌고, 라푼젤은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습니다. 이내 작은 남자가 쓰러지자, 머리카락은 공포에 질려 도망간 키 큰 남자를 붙잡았지요.
"아아악— 살려줘..."
끝내 그의 외침은 숲 바깥의 사람들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키 작은 남자가 죽던 그 순간, 두려움에 질려 있던 라푼젤은 자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느꼈고... 왜인지 들떴습니다. 쾌락이라도 느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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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뒤로 라푼젤은 혼자 있을 때면 헤실헤실 웃곤 했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자신의 머리카락에 의해 죽었던 사람들의 마지막 외침들을 회상하곤 했지요. 인간들의 애처로운 마지막 비명소리가, 라푼젤에게는 그저 하찮을 뿐이었으나 아름답다 느껴졌답니다.
"라푼젤, 거기 있어요?"
몇 달 전부터 간간이 찾아오던 잘생긴 남자. 세 달 만에 그가 온 것이었어요. 반가워 창문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는 배시시 웃는 라푼젤은 사랑에 빠진 소녀와 다름없었지요. 그도 잠시, 여느 때처럼 라푼젤은 머리를 내렸어요. 그러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그에게 말을 걸었지요.
"제 머리를 잡고 올라오세요!"
단숨에 높은 탑까지 올라온 그를 붙잡은 황금빛 머리카락.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초록빛의 눈. 미소가 걸린 분홍빛의 짙은 입술. 모든 게 남자를 향해 있었어요. 그는 금세 탑 위로 올라와 달콤한 시선으로 라푼젤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라푼젤은 배시시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어요.
"날 위해 죽을 수 있나요?"
"기꺼이."
"그럼 지금 죽어줄래요?"
"...잠깐, 잠깐만요."
라푼젤의 미소에선 수줍은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광기에 서린 눈빛의 라푼젤, 그리고 황금빛 머리카락. 머리카락은 금세 그를 감싸왔고, 옥죄어왔고, 이내 그의 목부터 잘생긴 얼굴에 생기가 사라져갔고, 그리고...
"사랑해.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요..."
"꺽, 켁... 윽, 큭, 끄윽..."
라푼젤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흐리멍텅해진 그의 눈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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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
By. 유하계
잔혹동화... 이번거 마음에 안듭니다. 🥺
동화는 참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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