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오늘도 마력 폭주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조사는 진행 중이며.. “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시선 끝엔 소란스러운 뉴스 화면이 있었다.
“ 마녀들이랑 상종하는 것 자체가 어린이들 성장에 안 좋다니까? ”
“ 그 뿐인줄 알아? 학교에서 폭주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라는 저런 놈들 관리나 안 하고 뭐 하는지. 쯧 “
습관적으로 귀를 틀어 막았다. 웅웅거리는 이명 너머로
미세하게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 후.. ”
거의 뜀박질에 가까운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쾅—.
닫힌 문에 기대어 가방을 바닥에 떨구듯 내려놓고 거실로 향했다.
“ 다녀왔습니다. ”
엄마의 손이 잠시 주머니 위에서 멈췄다.
주머니 안에 검은색 봉투.
” 배정표 나왔어? 이리 줘봐. “
그제야 엄마가 주머니 속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봉투를 내밀었다.
평범한 학교를 다니는 것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마녀라며 찬대 받을 일도,
쉬는시간마다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일도 없다.
은백색 밀랍 위에 찍힌 선명한 銀(은).
은백학원의 배정표임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꺼낸 백색 종이 위에 큰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 은백학원의 학생이 되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반과 급수는 마력 조절 능력과 기타 능력에 기반해 정해짐을 알려 드립니다. ’
그 밑에는 은빛의 반짝이는 펜으로 반과 급수가 적혀 있었다.
햇빛을 받아 글씨가 영롱하게 빛났다.
‘ C반에 7급..? 마력 조절 능력은 .. ’
빛에 반사된 종이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눈에 들어온 글자는
” 노력.. 요함. “
얼떨결에 내뱉은 말에 엄마의 어깨가 움찔 했다.
애초부터 염려하고 있었다.
” 엄마 괜찮아. 나 특이하잖아 원래. 매우 우수 나온 애들은 다 억제제 맞을 걸? “
마력 억제제. 마력이 몸 속에서 폭주하는걸 막기 위한 억제제이다.
” … 미안해. 엄마가 이러지 않았으면 네가 그런 데 가게 될 일도.. “
” 엄마가 왜 미안해? 난 신경 안 써. 급수야 올리면 되는거고
A반엔 빡빡한 애들밖에 없어서 재미 없을 걸? ”
엄마와 나는 몸이 마력 억제제에 반발하는 특이체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을
‘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 ’ 이라 선언하는 것과 같기에 특별히 먼저 꺼내진 않는다.
엄마에겐 대충 둘러대고는 방으로 향했다.
방 문을 닫고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 적어도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내일이 오면, 마지막 등교를 하게 되겠지.
나를 깔보던 녀석들을 확실하게 눌러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무리인걸 알기에 무시당하지 않는 것 만이 나의 목표이다.
-
” 으악 마녀다! “
교실에 발을 들이자 마자 끈적한 우유팩이 머리로 날아왔다.
머리에 맞고 떨어진 우유를 발로 짖이기고 자리로 향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저분한 낙서와
딱 봐도 밟고 넘어지라는 듯 뾰족한 장난감들이 널려 있었다.
” 야, 마녀.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중심을 잃고 기울어졌다.
책장을 집고 자세를 바로 하니 눈 앞에 정은주가 있었다.
평소라면 대충 맞춰주고 넘겼을 터.
하지만 이 학교 학생인 나에게 내일은 없으니,
적어도 오늘 만큼은 주눅 들지 않을 것이다.
” 마녀 아니고 윤진희야. 지는 일진 흉내내고 다니는게. “
의자에서 일어나 정은주의 눈을 똑바로 마주 봤다.
항상 올려다 보기만 했던 눈.
항상 나를 내려다 봤던 눈이었다.
” 일진?… 허, ㅋ “
정은주는 기가 막히다는 듯 내 어깨를 퍽 밀쳐냈다.
사실 당황한 것이겠지. 그걸 웃음으로 감춘게 티가 났다.
” 맞잖아. “
” 오늘 좀 나댄다? “
정은주가 내 턱 끝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 내일 전학 간다며. 그래서 이 ㅈ랄 하는 거야? “
나를 바라보는 시선 끝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입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눈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 근데 어째? 전학가도 난 너 끝까지 쫒아갈 수 있는데. “
그 때 였다.
담임이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왔다.
1초는 되려나. 담임의 시선이 우리에게서 잠깐 머물렀다.
하지만 잠깐은 잠깐일 뿐이었다.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책상에 앉아 리모컨을 누르자 TV가 괴상한 기계음을 내며 켜졌다.
“ 오늘 수업은 문화적 차별과 교류에 대한 거다. 사회 책 58쪽 펴. ”
“ 네엡 — ”
자리로 돌아가는 정은주의 입가엔 아쉽다는 웃음이 맻혀 있었다.
사회책을 피자 첫번째 질문이 눈에 들어왔다.
‘ 능력의 유무로 사람을 차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
애매하게 지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질문에 연필을 꾹 움켜 쥐었다.
분명 과반수가 ‘ 아니오 ‘ 라고 쓸게 뻔하다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 정답은 없지만 윤리적인 대답은 아니오겠지?
오늘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에 대해 알아볼거다. “
’ 특별한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 ‘. 은백학원을 뜻하는게 분명했다.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에 이런 이야기가 꺼내 진다는게 불편했다.
” 야 마녀가 저기 간다며? 타이밍 레전드네 ㅋㅋ 담임이 의도한거 아님? ”
앞자리에서 정은주가 아이들에게 쑥덕쑥덕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
귓속말인 게 무색할 정도로 생생하게 귀로 전달되었다.
“ 쌤! 울 반에 특별한 능력 있는 애 있잖아요 ㅋㅋ 내일부터 저기 다닌다던데. ”
한 아이가 운을 띄우자 줄줄이 아이들이 말을 덧대었다.
“ 이따가 말해주려고 했는데 이미 알고 있네? 진희는 오늘이
이 학교 다니는 마지막이야. 다들 인사 한번씩 해줄까? ”
“ 잘 다녀와 ㅋㅋ “
” … ㅋㅋ “
” 할 말 없는데. “
예상되었던 대답들이 지나가고 정은주의 차례였다.
정은주는 유독 손을 꽉 움켜쥐며 악수 아닌 악수를 했다.
” 거기서 사람 되서 돌아와— ”
비난처럼 들리지 않는 비난. 하지만 그 본질이
나에게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너나. 돌아왔을땐 사람다운 사람 되 있어라—”
처음 해 본 반발. 아침도 합하면 두번째.
그럴 때 마다 보이는 저 당황한 표정이 만족스러웠다.
-
1교시.. 2교시..
어느덧 모든 수업이 끝나갈 무렵이 다가왔다.
가방을 매고 종례를 기다리던 내 뒤로 익숙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촤악—.
정은주가 들고가던 가위 날이 내 팔에 스쳤다.
옷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옷이 붉은색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 아. ”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 큰 상처는 아닌지라 옷으로 피를 닦아냈다.
“ 어! 미안해— 진짜로 미안해. ”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건 질릴대로 본 가식적인 표정이었다.
“ 어. 근데 나 목표가 생겼어. ”
나는 피가 묻은 손으로 정은주의 흰백색 옷 어깨를 움켜쥐었다.
“ 너같은 애 보다 더 사람처럼 될 거야. ”
그대로 정은주를 밀쳐내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 이걸로 할 건 한거다. 미련같은건 없어. ’
잠시 멈춰 서 교실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문 틈으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정은주가 있었다.
‘ 쟤는 있는 것 같지만. ’
………………………….
오랜만입니다!! 다름은 아니고 쓸 게 없어서 늦게 왔어요 키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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