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9 21:04•조회 44•댓글 2•찌부
1화. 남지호
덜컹.
학교로 가는 버스가 덜컹거렸다.
버스 안은 출근하는 직장인들, 등교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조용히 오른쪽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노래는 틀지 않았다.
이어폰은 그저, 뭐라도 하고있다는 느낌을 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이번 정거장은 소망고등학교, 소망고등학교 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망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 몇명이 수다를 떨며 내 앞에서 내렸다.
나는 천천히 교문까지 걸어갔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하는 여학생들이 보였다.
어느덧 가을이 되어 조금은 딱 맞게 변한 교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나는 아무데도 속하지 않았다.
조용히, 존재감 없이, 혼자 다녔다.
선생님이 보이면 고개만 까딱하고, 수업시간에만 목소리를 드러냈다.
어김없이 1분단 맨 끝줄인 내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교실로 들어섰다.
나는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가을 바람이 들어왔다.
살랑거리는 앞머리가 거슬려 문을 닫아버렸다.
나도 이렇게 닫혀버렸는데.
드르륵 탁.
아침 조례를 위해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뭔가 달랐다.
담임선생님의 뒤로 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가슴 밑까지 내려오는 긴 웨이브 머리에, 얼굴이 갸름한 여자아이.
남자아이 몇명이 여자아이를 응시했다.
뭐, 예쁘니까.
전학생이라고 했다.
“반가워. 세림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임현서라고 해.”
임현서는 지극히 형식적인 자기소개를 마친 후 교탁에 기대어 계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몇초 간 멍을 때리시다가 횡설수설하시며 임현서에게 자리를 골라주었다.
내 옆자리였다.
운명처럼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지도.
나는 국어 교과서를 꺼냈다.
임현서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눈이 마주칠까 봐 일부러 그 시선을 모른 척 했다.
수업이 시작 되었다.
임현서는 작은 수첩을 한 장 뜯어 무엇인가를 적더니 내 쪽으로 밀었다.
‘넌 이름이 뭐야?’
나는 대꾸하는 대신에 임현서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남. 지. 호.‘
임현서는 또 다시 종이에 무언가를 적더니 내밀었다.
’남시호?‘
나는 연필을 꺼내 시옷을 지읒으로 고쳐주었다.
임현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수업에 집중했다.
나는 턱을 괴고 연필을 돌렸다.
핑그르르 탁.
핑그르르르 탁.
돌리고 잡고, 돌리고 잡고.
반복했다.
임현서는 더이상 내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괜히 임현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눈썹 밑까지 내려와 거슬려 보이는 앞머리에, 집중하는 듯 힘을 준 두 눈에, 밝은 색의 립밤을 바른 듯 붉은 입술을.
“남지호. 일어나서 발표 해볼까?”
덜컹.
나는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벌써 20분이나 지나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빨리 발표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휴.
무사히 마쳤다.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했다.
임현서는 얼이 빠진 나를 보며 키득거렸다.
자존심이 상해 입술을 깨물고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했다.
임현서가 귀여워 보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닉 태로입니다. 찌부로 바꿨어요.
한 번 업로드했던 글인데 조금 엉망이고 어색한 것 같아 글을 고쳐서 재업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