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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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0 21:10조회 50댓글 0Y
오늘은 특히나 네가 떠오르던 날이었다. 이 여름이 되면 꼭 바다에 가고 싶다,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 짓던 그 모습이 한없이 떠올랐다. 내 머릿속에 잠기던 너라는 존재는 여전히 잔향을 남기고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네가 가고 싶다던 바다는 무엇이었을까. 그 푸른 바다가 좋다며 바다를 따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답에 다다를 수는 없었다. 정답을 말해줄 네가 없었기 때문일까. 필름 위에 놓인 우리의 추억만을 되새길 뿐이었다.

- 그래도 가면 좀 나을까.

어차피 오늘 꿈에서도 너는 내게 바다를 속삭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득 번진 푸름이 감쌌던 그 광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네 말들에 이해를 새길 수 있을 만큼이나. 뛰어다니며 밟고 다녔을 모래 위에는 아직도 발걸음이 남은 것 같았다. 파도가 밀려와도 네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은 미래를 남겼고, 지금 퍼지는 이 공기에도 네가 머무르는 것 같았다.

햇볕이 약하지 않게 스며드는 온기는 여전하였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다가오는 바다의 잔향은 내 코끝을 스쳤다.

함께 바다에 왔다면 좋았을 텐데. 같이 따라가지 않았던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나를 보며 너는 괜찮다고 말해줄까. 그렇다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너라는 존재를 깊숙이 가라앉은 마음에 고이 품었다. 다시 한번 바다를 찾아올 날을 기약하며.

바다의 윤슬을 사랑하던 네게 햇빛을 가득 담아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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