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익은, 바다에 파도치는 물기 가득한 공기가
뺨에 닿았다. 여름의 향이 섞인 공기의 감촉이 차가웠다. 늦여름 밤에 보는 바다는 평소보다 더 빛나는 윤슬을 일구어내고 있었다.
╶ 억지 부리지 마, 사라지지 않았잖아···.
옅은 등대의 불빛은 내 존재를 숨겨주기 좋았고,
어렴풋이 보이는 별은 금방 떠오르고 있던 태양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하늘을 뒤덮고 짙게 깔린 어둠이 물빛이 되어 번져갔다. 태양의 열기가 조금씩 내 앞으로 다가오던 중이었다.
하루를 더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엄습했다. 네게 붙은 기억의 잔해를 또 다시 맛보며. 살갖에 닿은 찬 바람에 눈이 시렸다. 떠오를 태양 밑에 영암이 드리우고 있었다.
발치 너머로 밀려오는 파도와 나 사이의 허공을 바라봤다. 약간의 파동과 함께 바다는 내게 닿았다.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감정은 상상보다 더 많은 말을 감춰두고 있었다. 기분이 굳었다.
어두운 낮빛을 감추는 것은 쉬웠다. 씁쓸한 맛의 웃음으로 바꿔버리면 그만이었다. 네 앞에서를 제외한다면 그랬다. 사실 가끔은, 생각이 요동치던 탓에 표정이 경직되어 버벅이기도 했다.
╶ 진심으로 좋아하면 전부 할 수 있어,
╶ 그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이거든.
늘 바다 가장자리에서 날 뒤돌아보며 씩 웃어보이던 네 모습을,
╶ 내가 많이 좋아해.
더 이상 바다에 가서는 볼 수가 없었다.
알아채지도 못할 순간에 어둠은 널 삼켜 깊은 바다로 끌어가고 말았다.
어느새 나는 낙루하며 바다를 더하고 있었다.
사랑에 반하는 지금이 원망스래 느껴졌다. 억지스러운 너의 투정이라도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다면. 널 원하지 않았더라면.
항상 내게 허용되는 온기는, 슬픈 결말일 게 뻔한 애정 뿐이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시야를 부옇게 번지게 했다.
╶ 울지 마, 약속해.
머릿속에 잔상처럼 비치는 네 목소리가 울렸다.
맥없이 뒤로 넘어간 몸이 해안에 가득히 쌓인 모래를 밀어냈다. 바닷물이 잔뜩 스민 축축한 모래의 질감이 얇은 옷을 뚫고 들어찼다.
몽롱한 인상이 해안 가득히 쏟아져내렸다.
괜히 더 슬퍼져야 할 듯한·····
이런 내 투정도 받아줬으면.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져 사라질 즘, 저편에서 움직이는 파도의 소음을 들으며 나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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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xaiz
https://curious.quizby.me/Hain…예전에 쓰던 장편 신비인데 다시 데려와봤어요 ☺
가장 애정하는 작품이기도 해서
어색한 부분 수정해서 계속 쓸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