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종이 울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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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0:58조회 37댓글 3depr3ssed
- 이요와 님의 열이상이라는 노래를 듣고 해석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문제가 되는 경우 글은 삭제하겠습니다.

낡은 무전기를 바지춤에 넣은 채로 종말의 벽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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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걷다보니 터진 지 오랜 방주와 처참하게 썩어가는 것들을 발견했다. 미립자 가득한 먼지를 여덟 번 털며 방주의 안으로 들어갔지만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쉰 목청으로 생존자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아 뒤를 돌아 문을 열었다.

하늘에는 안락의자 위에 썩어 문드러져서 웃는 초승달과 여덟 걸음 가까워진 무언가만이 있었다.

대상통곡하는 사람, 구원의 깃발에 불을 붙이는 사람, 콜렉션에 키스를 하고 관짝에 들어간 해골들—모두 제정신이 아니네, 그렇게 혼잣말했다—이 탄 방주는 저곳에서 터진 지 오래.

검은 별이 여덟 번 눈을 깜빡여 그들을 바라봤다.

역전, 울부짖는 섬광이 눈을 찌르고 작별의 종소리는 귀를 찢는다. 신이, 인간이, 모든 것들이 이룩한 역사의 해답에서는 모래 맛이 난다. 죽어버린 어떠한 변수로 백팔 번 되풀이되는 열. 누군가의 맑은 눈동자를 닮은 그 별에게 묻는다.

넘친 슬픔에 고통에 동정에 연민에 등을 돌려봐도 선명히 들려오는 비명소리 방류된 피비린내가 코를 마비시켜버린다

검은 별이 이젠 나를 보고 여덟 번 웃어

우는 세포들은 모두 바다로 돌아가고 새가 그린 궤적을 덮는 잿빛 구름이 저 하늘 끝에서부터 몰려와 혹시나, 설마, 만일, 그럼에도라는 희망으로 목소리가 더럽혀졌다. 이딴 게 현실일 리가 없잖아.

검은 별이 나에게로 여덟 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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