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연의 방.
당장이라도 옥란이 저버릴 것 같은 추위와
애증 서린 눈물이
으스러지는 필연
헤진 분홍 목도리가
꺾인 나뭇가지와
상처 난 선우연의 손.
전부 빌어먹을 필연의 탓
필연을 우연으로 지울 수 없는 건가요?
.
.
.
여전히 선우연은 겨울의 시작에 있다.
빛바랜 샤프와 누렇게 샌 종이가
목련을 묶어두고 있었다.
잔향이 남아
홍실로 묶여
필연과 운명···.
모든 건 우연으로 시작된다.
ー
이 겨울 안
선우연의 기록.
필름이 끊긴 오래된.
아주 오래전부터
지워지지 않는.
선우연은 종이를 찢지도 못하고
겨우 접어 가장 깊은 서랍 한편에
또 헤진 분홍 목도리와 함께.
목련 냄새에
펄럭이는 종잇장.
부디 겨울의 눈에 띄지 말아 줘.
겨울 관람 불가 목련의 기록.
잠시 눈을 감아 겨울,
우연이 네 속눈썹을 다 셀 때까지는
그렇게 있자.
노쇠한 기억은 흐려지니까 제대로 담아둬야 한다.
[ 2207. 03.12 ]
아직도 역시나 겨울이다. 겨울에 있다.
[ 2207. 04. 16 ]
잊어버리면 없어질까.
[ 2207. 06. 17 ]
내리는 꽃잎 하나를 봤다. 우연이겠지?
겨울에는 꽃이 피지 않으니까.
[ 2207. 07. 09 ]
칠월은 원래 여름이었다. 여름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 2207. 07. 21 ]
겨울의 범인을 찾았나?
[ 2207. 08. 31 ]
여름 발견 방법을 찾고 있다.
.
.
.
[ 2208. 01. 21 ]
그 애를 만났다.
[ 2208. 12. 13 ]
잔향성 통애 증후군.
.
.
.
[ 2209. 08. 20 ]
무섭다.
결국 울리고 말 거야.
잔향성 통애 증후군,
잔향성 痛哀 증후군.
殘響성 痛哀 증후군.
선우연 울지 마.
울면 아파.
ー
우울이 곧 아픔이라면
아무도 모르게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분을 못 이겨 뱉어내는 눈물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서
선우연에게 겨울은 그저 아프게만 남았다.
상처가 남지 않는 우울과···.
겨울은 원래 시리다.
개화 불가 목련.
겨울은 그냥 그런 계절이다.
아무리 미워해도 이 겨울은 끝나지 않아서
애증 어린 눈동자로 옆을 지킬 수밖에 없었어.
지독하게.
희끄무레 죽어버린 우연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지만
아직 겨울은 한참 남았다.
.
.
.
저 눈 속에 파묻힌 운명을
모른 채 잊히기만을
겨울, 때로는 모르는 게 나아.
어쩌면
계속해서 겨울이겠지?
겨울이겠지.
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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