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14:52•조회 39•댓글 0•도경
빠르게 스러지는 세월 깊은 곳, 오직 머나먼 인영만이 영원한 닻이다. 사계절이 바뀌어도 마음속의 몽상은 멈추지 않고, 단지 남겨진 흔적만을 되씹는다. 허상이지만 피할 수 없이 세상 모든 틈을 채운다.
이 반복되는 사계의 윤회는 곧 자기 해체의 선율이 된다. 어찌하여, 이 천지조차도 이 단호한 소멸에 연민 한 조각 없단 말인가?
유칼립투스의 서늘한 향기를 제물로 바치리. 심장을 꽃병으로 삼아 독약 같은 열정을 담는다. 비소를 에너지 삼아 이 거의 멈춰버린 생명을 지탱하고, 분출이 가져오는이명은 멈추지 않는 카타르시스이지만, 기이하게도 하나의 목소리에 의해 관통된다나, 뭐라나. 온 세상이, 오직 네 말소리 뿐인데 뭐가 문제더냐.
높은 하늘과 풍요로운 대지는 저물고, 다시 황금빛 만추가 돌아온다. 그 깊은 가을빛 속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소원을 빈다. 만약, 아득한 미래가 기억에 이끌린다면. 만약, 다시 만날 날이 기어이 온다면. 부디 사랑이 뼈에 사무치는 사랑이 세상 만물과 공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