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2 18:46•조회 119•댓글 5•이한솔
(..걍 낛으로 쓴.)
찬란하고도 차디찬 밤이었다. 도시를 덮친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둥근 원형의 청탑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수천 개의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진동처럼 울렸다. 하지만 관중은 땀조차 닦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무대 위, 빛의 정점에서 춤추는 광대에게 박혀 있었다. 광대, 에러.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환희였고, 그의 미소는 순수한 기쁨이었다. 매 순간 터져 나오는 진심 어린 웃음소리는 청탑 안을 가득 채우고 흘러넘쳐, 심지어 무감각한 회색 건물들 사이까지도 번져 나가는 듯했다.
군중 사이에서는 낮은 탄성과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의 비현실적인 기예에 대한 경외심은 곧 이상한 방향으로 휘어졌다. 열기는 점차 숭배로 변해갔고, 그들의 눈빛은 광적으로 빛났다. 그들은 에러를 인간이 아닌 존재로 격상시키며, 그의 모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맹목적인 갈망은 야수처럼 포효하며 그의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외쳤다.
환호성은 광기 어린 함성으로, 함성은 신에게 바치는 찬가처럼 증폭되었다. 에러의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 군중은 파도처럼 일렁였다. 그는 그들을 위해 존재했다. 그의 삶은 오직 타인의 웃음을 위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웃음은 에러 그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숨 쉬는 모든 순간이 마법 같았다. 그의 삶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 보였다. 그는 누구에게도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광대의 길이었다.
대연극의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청탑 안은 그야말로 절정의 광기에 휩싸였다. 수만 개의 손이 허공을 향해 필사적으로 뻗어 나왔고, 그들은 오직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 이름은 청탑을 넘어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듯했다. 에러는 터져 나올 듯한 심장을 안고 깊은 인사를 했다. 희열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동시에 밀려왔지만, 그 공허함조차 완벽한 쇼의 일부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무대 뒤편,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로 걸어 들어갔다. 광기로 가득 찬 환호성은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멀어져 가는 듯했다. 공연을 마친 뒤의 묵직한 고요함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수고했어, 에러. 정말이지, 완벽한 밤이었어.”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한 인물. 형, 백련이었다. 그의 얼굴에 비스듬히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에 미소가 희미하게만 보였다. 그러나 에러는 그 안에서 익숙한 다정함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를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오랜 벗.
“고마워, 백련. 형 덕분이야.”
에러는 숨을 헐떡이며 답했다. 모든 것을 불태운 뒤의 진심이었다.
백련이 주머니에서 붉고 탐스러운 사과 하나를 꺼내 에러의 손에 쥐여 주었다. 사과는 묘하게 서늘했다. 마치 오랜 시간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던 것처럼.
“선물 하나 받아야지. 네 노고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할까? 아주 특별한 사과거든.”
그의 눈동자 속에는 여전히 친근함이 서려 있는 듯했다.
에러는 별 의심 없이 사과를 받았다. 지친 몸에 허기까지 몰려왔다. 그는 백련의 미소를 바라보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사과? 고마워, 잘 먹을게.”
그는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아삭.
달콤함이 혀끝을 스치고, 곧이어 싸늘한 금속성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등골을 타고 오르는 끔찍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듯한 통증. 살과 영혼을 분리하는 듯한 고통이 에러의 전신을 잠식해갔다. 그제야 에러는 자신이 형이라 부르며 따르던 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미소가 점차 선명해졌다. 친근함은 사라지고, 오직 차가운 조롱과 비릿한 환희만이 그곳에 서려 있었다. 뱀처럼 뒤틀린 시기와 열등감. 에러를 완벽하게 파괴하고 모든 것을 강탈하려는 파괴적인 갈망.
“에러, 네 모든 게… 너무나 찬란했어. 감히…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 이제… 너도 날 알게 될 거야. 내가 널 보았던 그 감정….”
백련의 목소리가 점차 흐려졌다. 에러의 무릎이 꺾였다. 땅으로 추락하는 순간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광기 어린 군중의 함성이 환청처럼 귓가를 때렸다. 그들은 여전히 에러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가장 밝게 빛나던 광대가, 가장 믿었던 친구의 손에 들린 독사과 한 입에, 그들의 환호성 뒤편에서 아무도 모르게 스러져가는 이 비참한 현실을. 에러의 의식은 빠른 속도로 아득해졌다. 몸에서 힘이 완전히 빠져나가고, 감각마저 흐릿해졌다. 극심한 고통과 함께 찾아온 배신감은, 그의 모든 감정을 찢어발겼다. 사랑도, 행복도, 슬픔도. 모든 것을 앗아간 죽음이었다. 눈가에 얼룩진 분장은 비가 쏟아지는 듯 처절한 눈물처럼 번져나갔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기능을 멈췄다. 더 이상 박수도, 관심도 필요 없는 빈 껍데기가 되었다. 아무도 그의 진짜 죽음을 알지 못했다. 그의 영혼은 알 수 없는, 감정 없는 존재가 되어 무채색의 공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