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 ꒱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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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13:45조회 34댓글 5유하엕۪۫❁ཻུ۪۪. 🌼
⚠️죽음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보기 싫으신 분들은 나가 주세요.(문제 될시 삭제)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부러울 것도 없었고 더 원하는 것도 없을 정도였다.내 옆에 남자 친구인 정우가 있었기 때문이다.정우는 씩씩하고 밝고 그런 아이였다.우리는 매일 매일 낮에는 공원에서 만나서 놀며 밤에는 편의점에서 만나서 산책도 했다.밤에 놀이터 벤치에 앉아 둘이 먹는 라면은 지금 생각해도 낭만적이였다.하지만 이제 내 남자 친구 정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정우는 어제 죽었으니까.”

말 그대로다.정우는 교통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어제는 내 생일이였는데도 말이다.내가 한창 생일 파티를 즐기고 있었을 때 정우는 깜박 늦게 오고 말았다.내가 삐졌을까 봐 장미 꽃다발과 선물을 사 들고 오고 있었다고 들었다.나를 보면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사랑해.” 라고 로맨틱하게 말하며 나를 껴안아 줘야 했는데 그런 정우는 차에 눌려 찌그러진 꽃다발만을 품에 안고 떠나 버렸다.믿기지 않았다.

나는 생일 파티고 뭐고 당장 일어나서 집을 나왔다.허겁지겁 달리다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밑을 내려다 봤다.그 때 나와 정우가 처음 마주친 곳도 옥상이였다.일진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던 시절에 너무 괴롭고 우울증까지 시달려 옥상에서 뛰어 내리려고 했던 날,그 때 같은 반이였던 정우가 있는 힘껏 나를 껴안았던 것,은은하게 퍼지는 비누향과 싫지만은 않았던 그 기분 좋은 촉감,머뭇거리던 정우의 얼굴까지 선명히 기억난다.

지금 내가 여기서 떨어지려고 하면 정우가 달려 와서 나를 안아 줄까,아니면 내가 죽든 말든 정우는 아무 것도 모를까.눈물이 뺨을 타고 주륵주륵 흘렀지만 나는 난간을 잡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바람이 거세게 불고 잠깐이라도 정신이 흔들리면 곧바로 떨어질 것 같았다.그 때 누군가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일으켰다.휘날리는 갈색 머리칼,나보다 몇 뼘 정도 큰 키,항상 입는 하얀 추리닝.정우 같았다.아니,정우였다.

정우가 여기를 어떻게 찾아 왔는지 의문이다.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으며 울기 시작했다.정우는 나를 품에 안고 토닥여 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때 내가 맡았던 은은한 비누향은 아니였지만 라벤더향이 정우의 옷에서 났다.하지만 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정우는 휘청거리는 나를 들어 올렸다.나는 눈물을 흘리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세연아,유세연.괜찮니?”

엄마 목소리다.눈을 떠보니 내 방이였다.정우가 나를 데려다 준 건가.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웠지만 꽤 지났다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엄마,아까 정우가 날 데리러 와 줬어.”

“무슨 소리야,정우는 이미 죽었어.”

정우가 죽었다니.그럼 아까 그 정우의 모습은 정우가 아니면 누구일까?나는 아까의 기억을 하나하나 짚으며 머리 속으로 되뇌었다.정우,정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누가 뭐래도 정우였다.하지만 정우는 죽었다.병원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쓸쓸히 죽었다.나는 날 구해준 아이를,정우 대신 나를 구해준 그 아이를 정우라고 부를 것이다.정우는 아직 내 옆에 있다.아니,내 안에,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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