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는 건 제게는 힘든 일입니다. 그녀의 모든 것은 바뀌거든요. 진짜에요. 그녀라는 사실 빼고 모든 것은 변해요. 그녀라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어요. 소꿉 친구는 보면 그 느낌이 느껴지거든요. 이유 모를 행복? 그리고 편안함. 동시에 저를 보이기 싫어지죠. 누추한 저를. 그녀가 경찰서 뒤에 거대한 사무실 달린 회사를 차릴 때, 저는 뒷골목을 떠돌았죠. 호주머니에 거친 손을 넣고 제가 느낄 수 있는 모든 욕망들을 찾으며. 저는 그녀와 다르게 성공을 향한 탐욕과 욕심, 그리고 야망이 너무나 적었지요. 대신에, 저는 다른 곳에서 자극을 찾을 수 있었죠. 제가 간단하게 얻을 수 있지만, 자극은 보장 되는 것들을 얻었죠. 인간의 욕망에 충실하지 않으면서도 탐욕을 채웠죠. 그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아 볼게요. 친애하는 검사님께서는 제 소꿉 친구를 죽일 궁리 중이시잖아요. 제 비참한 인생사는 관심사 밖이시겠죠. 하지만, 제 인생사를 알아야지 제 곤란함도 아실 겁니다. 사실대로 고백하고 시작합시다. 당신은 불륜 중인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기에 파고에게 더욱 까다롭죠. 당신 또한 불륜 중인 건 숨겼죠. 이걸 제가 어떻게 알았는 지 알려고 하지 마세요. 뒷골목 남자의 능력은 예상 밖이죠, 언제나. 이제 제 비밀을 고백하죠. 저는 마약 사범입니다. 네, 맞아요. 마약에 기댄 삶이죠. 그 자극이 바로 그겁니다. 제 오랜 친구, 혜로인. 그러므로, 제가 정신이 조금 나가면 금단 증세라고 여기세요. 지금은 주입한 지 얼마 안 되서 괜찮은거에요. 가능한 한 빨리 끝냅시다. 그렇다고 절 잡으시지 마세요. 저희 협상, 아직 진행형이잖아요. 제가 혜로인을 피다가 그녀를 만났죠. 그때가 10년 전인가 10일 전인가 해요. 제 생각에는 6초 전인 것 같아요. 그녀는 다리가 굽은 여자였어요. 담백깨비 같이 말랐고, 성격은 삐뚤어졌죠. 아닌가? 부드러웠나? 아, 생각해 보니까 휠체어를 탄 것 같아요. 아니, 육상 선수였나? 아무튼, 그녀는 마약을 살 때 꼭 필요했어요. 마약을 사기 위해서는 브로커가 필요했는데, 브로커를 찾기에 저는 너무나도 힘들었고, 그녀가 바로 브로커….난 아니었고, 마액 카르텔 사장이었어요. 제게 소꿉 친구가 되주는 대가로, 아니, 원래 소꿉 친구였나, 아무튼 혜로인을 잔뜩 주었죠. 그 00동 경찰서 뒤에 있는 건물에서 거래를 했어요. 치킨 집 흉내를 냈는데, 치킨도 가짜로 팔았어요. 너무 싸서 다들 가성비 없다고, 아니 있다고 했어요. 치킨 맛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애초에 치킨은 맛이 없어요. 저는 혜로인만 알거든요. 제가 꽂는 동시에 우정을 쌓는 혜로인 말이에요. 혜로인을 피면서 그녀를 매번 만났고, 거래를 했어요. 거래는 저 같은 누추한 남자에게 꼭 필요했죠. 그때, 그 여자는 머리카락이 붉었어요. 화염 방사기에서 막 나온 붉은 불꽃 같았죠. 조금이라도 곁에 가면 참수 당하는. 아니, 그걸 화상이라고 하던가? 당신을 보면 딱 그녀의 머리카락이 생각 나요. 불 타는 검사, 드라마 제목 같네요. 그녀는 제게 무언가를 부탁하지 않았어요. 그날도 마찬가지고요. 그날은 푸른 머리카락을 뽐내면서 공작처럼 걸어왔죠. 아니, 머리에 공작을 달았어요. 아니, 옷에 공작이 그려진 정도였어요. 아니, 아니, 아니, 아예 머리가 공작 같았어요. 무서웠죠. 두려웠죠. 옆에는 일그러진 그녀의 자화상이 제가 쳐다 보았어요. 자화상이 너무나도 밝아서 일그러졌나봐요. 당신도 너무 밝지 마세요. 일그러져 버려요. 그리고 저는 그 날 순순히 돌아갔지요. 제 눅눅한 집으로. 집에서 저는 혜로인을 꽂았어요. 늘 그랬듯. 다시 돌아왔죠. 그 몽롱함, 행복, 쾌락, 당신과 그녀의 말로는 추잡하다던 도취감으로 돌아왔죠. 저는 다시 깊은 이상으로 들어갔어요. 그날은 많이 투여하지 않아서 세상이 깔끔해 보였어요. 가끔씩 보이던 그 일그러진 것들이 안 보였어요. 그때는 너무 적게 투여하거나 많이 투여하거든요. 그러면 정신이 미친듯이 돌아가요. 그래서 늘 다음번에는 적거나 많이 투여하자, 고 생각해요. 다음날이었어요. 그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어요. 옆에 무서운 경찰들이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아니, 나는 오늘 마약을 안 한 줄 알았는데, 했나? 안 했나? 그때, 토가 나올 것만 같았어요. 몸이 떨리고, 토가 나올 것 같았어요. 화장실에 갔어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려고 했는데, 토랑 같이 핏덩이가 나왔어요. 아, 마약을 안 한 것, 아니 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다음에 더 주입하고 싶어서 그냥 떠났어요. 그런데, 집에 가니까 갑자기 몸이 냉장고에 들어가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오려고 했는데 안 나와져서 보니까 옷장이더라고요. 옷장을 떠나도 으슬으슬했어요. 소파에 앉아서 죽음을 기약하는데, 전화가 왔어요. 제 밝은 검은색 낡았는데, 새것인 핸드폰이 울렸어요. 당신 목소리 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