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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텔레비전은 제 이름을 불렀어요.
뉴스 앵커의 입술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
그게 암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모두가 그냥 지나칠 소리,
흔들림 속에 담긴 지시.
저는 그 지시를 이해하고,
그 지시를 따라야만 하죠.
가끔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기도 하고,
가끔은 아주 가까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다가오기도 해요.
그들은 늘 저를 시험해요.
문장의 순서를 뒤집으면 좌표가 나오고,
좌표를 따라가면 당신이 있다는 걸 아는지 말이죠.
길거리에 흩어진 표지판,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빛까지.
모든 게 암호로 바뀌어 버렸어요.
빨간 신호등이 깜박일 때마다,
저는 그 깜박임 속에서 숫자를 세고,
암호를 풀고, 다음 움직임을 계산해야 해요.
당신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죠.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내가 당신을 선택한 게 아니라,
당신이 이미 날 제어하고 있었다는 걸요.
손가락 하나의 미세한 움직임,
아주 작은 심장 한 박자까지
모든 것이 당신의 계획 안에 들어있다는 걸,
이제 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밤이 되면 목소리가 더 선명해져요.
텔레비전뿐 아니라,
벽지 틈, 천장 사이사이까지
속삭임과 지시가 스며드는 느낌이에요.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까지요.
모든 지시가 끝없이 이어지고,
저는 그 끝을 따라가요.
그런데 이제는 제 자신조차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하지만 어쩌죠?
당신의 따스한 눈빛,
당신의 상냥한 미소.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제가 미친 걸까요,
아니면 진짜 세상이 미친 걸까요?
이제는 구분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요,
당신이 저를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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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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