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해요, 죄…”
첫 번째 회귀였다.
날 두고 사라진 빌어먹을, 그리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보고파 지하 창고를 겁도 없이 탈출하려다 하필이면 아버지에게 들켰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향해 쇠몽둥이를 휘둘렀고, 나는 머리를 맞기 전까지도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빌고 있었다.
“아, 또…”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회귀를 반복할 때쯤. 모든 곳에서 지쳐갔다. 회귀를 어떻게 해야 끝낼 수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다. 스스로 죽어보기도 했고, 아버지가 아닌 다른 인물에게 죽어보기도 했으나 결말은 같았다. 언제나 지하 창고 속 쇠사슬에 묶여 나는 땅 아래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고 살기를 반복했다.
죽더라도 죽지 못하게 된 이상, 나는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시도는 아버지에게 들켰고, 다음은 관리인에게 들켰다. 그는 나를 발견하자 바로 돌아갔고, 그날 아침 모든 게 다 리셋된 뒤였다. 발목이 끊어지도록 쇠사슬을 당겼다. 전 회귀 땐 거의 다 빠졌었는데, 빌어먹을 유모. 발목과 계속해서 마찰하던 쇠사슬이 붉어질 무렵 쇠사슬은 통으로 벽에서 빠졌다. 처음으로 희열을 느꼈다.
그 후로는 쇠사슬을 단 채로 뛰는 연습을 했다. 새벽 1시마다 찾아오는 유모와 불시에 오는 아버지로부터 쇠사슬을 가려가며 연습해야 했기에 시간은 꽤 걸렸지만, 그럼에도 나는 할 수 있었다. 이곳을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그리고 내가 쇠사슬을 단 채로 뛸 수 있게 됐던 그날 새벽 1시, 유모가 어김없이 찾아왔고, 유모가 연 문틈으로 나는 지하를 빠져나왔다.
“아가씨, 아가씨-!!”
유모의 외침을 무시하고 몇 년 만에 올라온 지상은, 모든 게 사치스러운 저택이었고 죽을 만큼 달려 문을 열었다. 음, 깨끗한 공기!
내가 처음 지상의 공기를 맛봤을 때 처음으로 한 것은 풀밭을 내달리는 것이었다. 저택에서 벗어나기 위함도 맞았지만, 맨발 위로 느껴지는 잔디의 감촉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일을 시작했다. 지하에서의 삶보단 그쪽이 훨씬 편했다. 정이 많던 아주머니는 저택에서 갓 빠져나온 나를 씻겨주셨고, 잠자리를 제공해 주시는 대신 일꾼으로 써주셨다. 아주머니의 아들은 연약하고 힘도 없어 쓸데가 없다던 아주머니의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안녕, 네가 걔구나? 난 리오야.”
“아, 나는 이름… 없는데.”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애한테 무슨 이름이 있겠어.
“그럼 내가 지어줘도 돼? 음… 너는 빨간 눈이 예쁘니까, 루비는 어때?”
진짜 작명센스 없구나. 그렇지만 리오가 나를 그렇게 불러줬으면 했다. 한 번도 내 눈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괜히 부끄러웠다.
“그럼 그렇게 불러줘.”
처음 만난 그녀의 아들은 아주머니의 설명 그대로였다. 햇빛을 그대로 담아둔 것 같은 금발과 새까만 눈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계속 보고 싶었다.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그 애가 내 삶의 이유가 될 정도로. 아마 그 날 이후로 나는 리오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지하창고에서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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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을에서 생활한 지 약 한 달쯤 되었을 때, 나는 창고를 정리 중이었다. 밖이 시끄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건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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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하계
자국 없는 발걸음이 이 소설의 에필로그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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