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고요하게 공기를 흔드는 바람이 주위를 맴도는 바람. 그리고, 햇빛이 어둠에 드리워져 달이 떠오른 밤. 감성에 젖기 참 쉬운 고요한 분위기였다.
많은 것들이 조용하고 소리 없어 괜히 어색하게만 느껴지다가도 또는 무언가 튀어나올까 두려워지기도 하는 시간대. 나는 그 시간대에서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집 주변을 이곳저곳 돌다가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우수수 비가 내렸다. 나는 순식간에 집 주변 카페 앞으로 달려가 지붕으로 비를 가렸다. 이것도 잠시의 비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일 뿐, 하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이라도 가져올걸… 이게 뭐람.”
피곤해졌다. 어느새 일상 속에 스며든 밤산책을 하다가 어디를 자유롭게 갈 수도 없어진 노릇.
한숨을 푹 쉬고, 이미 배터리가 꺼져버린 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충전이라도 할걸 그랬나.”
그렇게 비가 빨리 그치기를 바라며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요. 아, 전에도 봤던가?” “그쪽은…”
카페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보았던 그가 검은 우산을 든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곤란하신 거 같아 보이는데, 괜찮으시면 바래다 줘도 괜찮을까요?” “아, 그게…”
고민했다. 분명히 이 사람에겐 나를 향한 호의만이 가득할 지라도, 잦은 만남이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불길한 기분이 드는 건 그저 나의 기분탓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곳에서 시간만 보낼수도 없는 노릇.
결국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네,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나는 그와 함께 그의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들려오는 발소리만이 우리 사이에 가득 채워질 뿐, 오가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의 존재감만 의식하며, 그렇게 나의 집에 도착했다.
“여기예요, 바래다 주셔서 감사해요.” “별 말씀을요.”
그에게 꾸벅 인사를 남기고 가려던 찰나,
“연서 씨.”
말해준 적 없었던 내 이름이 그의 입에서 들려왔다.
“…네?“
당황하여 그를 빤히 쳐다보고는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심히 들어가세…“ ”저는 제 이름, 말해준 적 없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날 보던 그가 침묵을 유지하며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연서 씨일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제가 감이 좀 좋은 편이라.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황당한 눈빛으로 시선을 느꼈을 그가 말했다. 나는 속으로 여러 의심들을 품었고, 그에 대한 것들은 쉬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럼, 가볼게요. 또 봐요.“
그는 내게 허리를 약간 숙여 인사하고는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나는 집에 들어가며 그에 대한 의심을 피워내고 있었다.
* ”역시… 순진하지는 않다니까, 우리 연서 씨는.“
킥킥 웃어대면서 길을 걸어갔다.
”아~ 정말, 앞으로도 마주칠 일이 없어지면 곤란한데.“
그녀, 연서의 나를 향한 의심이 피어나 그녀가 나를 피하게 된다면, 다시는 못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자주 만나야죠… 연서 씨. 또 보고싶네, 정말. 하하!”
킥킥 거리는 그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아무도 없던 적막을 채운 길은 그의 웃음소리만이 가득 채울 뿐이었다.
* 풀썩.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버렸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안 거지? 내 얼굴에 이름을 써놓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황당스러운 일이었다. 아무리 잦은 만남이었다고 해도, 내가 무심코 나의 이름을 언급했을 리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조용했지.
“이상한 사람한테 잘못 걸린 것 같은데…”
방금까지도 만났던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에 들었다. —
안녕하세요, Y입니다. 이렇게 글 남기는 건 저번 복귀 이후 오랜만이네요. 3화와 함께, 이름 관련 공지를 남기기 위해 이리 적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제 이름이 어렵게 여겨진다,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Y라는 제 이름은 원래 쓰던 영어명의 철자를 따온 것인데요. 와이, 이렇게 불리던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어렵다고 느꼈던 분들이 분명히 계신 이상, 한번쯤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닉변의 공지를 남기려고 합니다. * 이제 저는 Y가 아닌, ‘연담‘ 으로 활동해보려고 해요. 그럼, 4화부터는 Y인 작가명이 아닌 연담으로 뵙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