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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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6 09:25조회 62댓글 35eo1z
그해 여름, 물은 너무 따뜻해서 익을 것 같았다.

눅눅한 땀냄새가 골목마다 걸쭉하게 퍼져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숨결을 핥으며 비틀거렸다.

그건 진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썩어가는 여름이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발끝까지 물이 차올랐고, 나는 눈을 감았다.

한강 둔치, 녹슨 철제 계단 밑, 모기 떼처럼 웅성대는 소문들 사이로 그 사건이 떠올랐다.

누구는 쟤가 먼저 뛰어들었다고 했고, 누구는 둘 다 같이 잠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다 틀렸다.

우리 모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사해 있었다.

심장이 뻘밭처럼 끈적였고, 입술은 진창에 파묻힌 약속처럼 축축했다.

나는 그를 안았다.

늪처럼 서로를 휘감던 그 여름밤, 피부가 아니라 살결 안쪽으로 서로 스며들던 그 감촉.

숨을 쉬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던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청춘 위에 기생했고, 마치 짐승처럼 부딪혀야만 살아있는 것 같았다.

땀과 피, 그리고 정체 모를 눈물까지 뒤엉켜 있었다.

그게 다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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