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쥐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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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6 14:47조회 58댓글 2❦윤명
ㅡ끼익끼익
꿉꿉한 매트리스에
얼굴을 박은 채 잠에서 깨어났어.
얼마나 추하게 사는지
연하도 자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도 자고 있었어
마커펜을 끄적이면서 새로운 계획을 쓰면서
사실상 가능성도 없는 계획들
점점 몽상가가 되는 듯한 느낌
얼룩덜룩 색칠된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하며
해피엔딩을 생각하며 계획을 짰어.
.
아이들의 옷을 훔쳐서 밧줄로 만든 후
창문으로 탈출할 거다.
다만 문제가 체중을 옷이 버틸 수 있을지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다시 고민하고
복잡한 생각과 복잡한 마음
참으로 처절하구나.
아침이 되었고 또다시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맛없는 빵을 먹으며
색을 상상이 아닌 망상을 해
ㅡ또각또각
흰 가운 여자가 새로운 아이를 데리고 왔다.
ㅡ안녕? 나는 시엘 이라고 해
밝고 아름다운 아이다.
저 아이가 색깔이라면 무슨 색일까?
노란색? 주황색?
.
연하랑 나 시엘 이는 셋이서 수다를 떨었다.
어차피 의미도 가치도 없지만
나는 시엘한테 질문했다.
ㅡ너는 바깥세상의 색이 궁금하니?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ㅡ응 너무너무 궁금하다니까~
나는 다시 물었다.
ㅡ눈이 멀고 정신이 나가도?
확신이 찬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ㅡ응
나에겐 가치가 없는 대화여도
아마도 시엘한테는 가치 있는 대화였다.
나는 결심했다 시엘도 데리고 꼭 탈출할 거라고
그러나 문제는 연하와 시엘이
내 말을 믿어줄 건지다.
밤이 되었다. 오늘도 별것 없는 하루였다.
나는 시엘, 연하를 불러서 셋이 몰래 이야기했다.
ㅡ애들아, 사실…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눈물이 말보다 먼저 나왔다.
ㅡㅅ사사....실ㄹ
시엘이 당황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버벅거리며 말했다.
ㅡ우리..우리는
ㅡ탈출해야 해..
시엘과 연하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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