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30 08:42•조회 25•댓글 2•한지우
반장이라는 명분으로
너는 사람들 위에서
군림했고
나는 부반장으로써
너에게 복종했어.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가면서도
나는 널 바라보았어.
너만을.
너는 날 흙발로 짓밟아.
나는 너를 부축해
물을 건너가.
내가 널 위해
복종하고
희생할 때면
물이 깊어도
옅어도
급한 이 여울같은 일을
건너갈 뿐이야.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소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나는 부반장
너는 반장.
나는 나룻배
너는 행인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내가 널 감싸줄 때.
넌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꺼져. 너 도움 필요없어’라고 말하지.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원망하진 않을께.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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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님의 ‘나룻배와 행인’을
참고하였습니다.
-한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