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현실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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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7 22:30조회 134댓글 10익애
눈을 반쯤 게슴츠레 떠보았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천장의 무늬가 오늘은 왠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분명 어제는 가만히 있었는데. 귓가에는 낮게 깔리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지만, 자세히 귀 기울여보면 그저 창밖을 스치는 바람 소리일 뿐이었다.

베개 옆에 놓인 물컵 속 물은 표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작은 생물이 안에 숨어있는 것처럼. 이 작은 균열들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나는 이제 기억조차 희미했다. 어쩌면 세상은 늘 이랬는데, 나만 이제서야 알아차린 걸까.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작이 어딘가 어색하고 무거웠다. 발바닥이 닿는 마루의 촉감마저 낯설었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나만 혼자 이질적인 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이 방금 전까지 나를 빤히 바라본 것 같아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니다, 그저 그림일 뿐. 하지만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떨어졌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길가의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번져 보였다. 도시의 소음들은 때로는 너무 크게, 때로는 너무 멀리서 들려와 귀를 먹먹하게 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화하고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이질적인 퍼즐 조각 같았다.

이 모든 소리와 빛 그리고 형체들이 과연 현실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인지. 현실과 꿈의 경계가 자꾸만 흐릿해지는 나날들. 오늘도 이 불안하고 알 수 없는 아름다움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내가 진짜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이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간신히 균형을 잡으려 애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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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일렁이는 그 순간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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