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8 19:26•조회 35•댓글 3•결우
꽃들이 살랑이고, 서로 애인들끼리 웃으며 걸어가는 거리였다.
물론, 나는 모쏠이지만.
남들은 다 날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정작 난 아무 생각도 없다. 애초에 내 이상형이 없고 연애를 하고 싶단 감정은 아예 느껴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날도 똑같이 도서관으로 향했다.
조용하고,
시원하고,
책들도 많고.
내 삶의 낙이였으며 『 힐링 』이거든.
" 하, 오늘은 어떤 책을 읽어볼까 ~ "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설렘과 신책을 읽으려는 기대감. 오직 이 두개의 감정들만으로 나를 행복하게 했다.
연애도 이런 감정이려나 ?
" 으흐흐흠 ~ 으음 ~ "
나도 모르게 신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도서관을 돌아다녔다. 현재 도서관에는 나와 다른 남자분 한 명, 딱 두 명이었다.
터벅터벅 -
그 넓은 도서관에서, 딱 너를 만난 것은
운명 아니였을까?
그리고 너도 날 봤던 것은, 운명 아닐까?
톡톡 -
네가 낯간지럽게 내 어깨를 조심히 두드리고 나는 확 - 뒤를 돌아섰다.
- " 아 ·· 그, 맨날 도서관에 오셔서요, 혹시 책 재밌는 거 하나 추천 가능하신가요 ? "
" 잉, 으음 - 가능하죠 ! 저 따라오세요 ~ "
책에는 자부심이 있어서 제일 재밌는 책을 알려주고 싶었다.
터벅터벅-
걸어갈 때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발걸음 소리가 나 말고 또 다른 한 사람과 같이 발걸음 소리를 맞추며, 무슨 책을 추천해 줄지 기분 좋은 고민을 하면서 걸었다.
턱 -
걷다가 재밌게 읽었던 책을 너에게 추천을 해주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 어때요 ? 나는 이거 책 재밌게 읽었어서 ~ "
- " 마음에 들어요 ! "
방긋 -
너와 나. 동시에 같이 웃었다. 이뻤다, 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빨개진 너의 귀부터, 빨간 앵두 같은 입술까지. 웃는게 너무 예뻤다.
도서관 밖 공원에선 봄 하면 딱 생각나는 벚꽃 나무들이 살랑이며 꽃잎들이 날라다니고 있었고, 그 도서관 안에서. 너와 나 둘이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 있는 그림이, 그 자체가 너무 예뻐보였다.
- " 혹시 ··· 전화번호, 주실 수 있어요 ? "
하늘이 맑은 것처럼 큰 도서관에서 너의 목소리는 참 맑았다.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두근 -
두근 -
두근 -
나 같이 않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귀가 점점 붉어지고 너와 내 남은 삶을 함께 하고 싶었다.
··· 아, 『 사랑 』에 빠졌다. 너에게.
이건 우연이 아닌, 운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