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속에 꽁꽁 얼려두고 또 감춰왔던 낙관적 기질의 은폐. 그해 새벽은 유난히도 봄이라 이르기에는 설익은 딸기 같은 공기를 들고 있었다. 그 설익은 딸기를 입안 가득 욱여넣고 씹으니 心中 떠오른 건…… 우연한 계기로 드러난 발각?
관조적으로 바라보던 타의 비참이었다. 그 네모난 받침 둥글게 바뀌었으나 그 글자 창이라는 하나의 무기로 거듭나 가뜩이나 위태롭던 내 발길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잔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상흔이 욱신거렸다. 폐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내 살을 얼마나 베고 찢는다 해도 이 겨울만을 버티면 분명 손 뻗은 곳에는 따스한 햇빛이 내리쬐는 봄이 날 맞이해줄 것이다.
깨질락 말락 하는 살얼음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주제에 뭘 더 바라나 싶겠지만 이래 보여도 꽤나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몸을 가득 덮은 하얀 외투를 벗어던지고 꽃밭에서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닐 그 봄을.
꽃봉오리에서 터지듯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들, 내 손끝을 스쳐지나가는 시원한 바람, 그러한 모든 봄의 수식어들을 제하다 보니 이제는 정말 저 앞에 봄이 보였다.
등쪽 3번째 갈비뼈가 근질근질하는 기분이 들어 걸치고 있던 외투 벗으니 등에서 화려한 색채의 한 겹 날개가 수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나비였다. 호랑나비인지 물포나비인지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를 발견한 이들이 명명해주지 않을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내가 고치를 깨고 아름다운 두 날개를 펼쳤다는 사실을 누가 부정하리.
나비의 은폐는 볼품없는 고치 속 숨겨둔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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