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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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3 23:15조회 28댓글 1@UX2mau


[특보] 커다란 소행성이 떨어져...

지구는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마지막 기록이다. 나는 그 뉴스 한 줄을 보자마자 인류가 혼비백산에 빠졌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기에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었지.

미래가 없다는 것. 오늘과 어제를 열심히 살아왔던 인간들에게, 더는 내일이 없다는 것. 그 사실은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며, 살아온 희망이 무너지는 단 하나도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였다.

내일이 없다. 그 사실은 인류는 절망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인류애는 뒷전으로 하기에 딱 좋은 사실이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자신또한 존재하지 않는 것 이기에.

또 그들이 이성이라는 것을 잃기에도 쉬운 사실이고. 내 예상대로라면, 닥치는 것들은 다 가져가고, 쟁탈하며 두려움을 거칠게 표출하고 있을 것 이었다.
인류는 참으로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이었기에.



내 예상은 정확하게 빛나갔다. 인류는 조용했다.
태양은 그대로 뜨겁게 빛났고, 도로 위에는 차들과 인간들에 시시콜콜한 대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산들바람은 여전히 옷깃을 스쳤다. 아름다웠다.

인간들은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드렸다. 언젠가는 찾아올 줄 알았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인류도 그 사실을 알아채는데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인류는 현명했다.

마지막은, 인생을 한탄하며 불행하게 살아가던지, 끝까지 모든 것을 누리던지 똑같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어린아이들은 청춘에 막 조차 열지 못했지만, 영원히 순결하며 순진한 아이 일 것 이고, 청춘들은 영원한 청춘 일 것 이다. 노인들은 커다란 고통 없이 조용히 막을 내릴 수 있다.

삶은 누구에게든지 공평했다.
더 많은 삶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며 금지된 욕구이다. 인류는, 지금 맞이할 삶을 아름답게 살아간다.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난 어느 새벽.
인류의 역사를 바꿀 커다란 폭발이었다.
그렇지만 인류는 평안했다. 그들에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이것은 가장 고결하며, 행복한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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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2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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