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1 15:37•조회 7•댓글 0•미드나잇
2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어느 날이었다.
-야, 이혜담. 이것 좀 주워와.
누군가가 툭 던진 공책이 교실 바닥을 미끄러지듯 굴러갔다. 교실 맨 뒷편 의자에 앉아있던 혜담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쭈뼛거리며 손을 뻗었지만, 난 발로 공책을 툭 밀어버렸다.
-아,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아, 발이 미끄러진 건가?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따라 웃으며 혜담을 내려다보았다.
혜담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공책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또다시 공책이 멀리 밀려갔다.
-혜담아, 왜 그렇게 느려? 빨리 주워와야지~
주변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 곳에는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혜담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모두가 비웃기만 했다.
그날 이후, 혜담은 나와 친구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이거 해봐, 혜담아.
-너 이거 못 해? 넌 정말 잘하는게 뭐야?
-어? 울어? 아니지?
-에이, 미안~ 장난 한 번 친건데 그런 걸로 우냐~ 쪼잔하게. 우리 혜담이 몸집도 작은데 속도 좁아서 어떡해~?
장난이라며 사과했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혜담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눅 든 모습이, 나는 왠지 우습고 혜담을 놀리면서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짜릿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었고, 혜담은 점점 더 말이 없어졌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구석에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혜담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처음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혜담은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학 갔나 보지.
-뭐, 상관없잖아. 찐따였잖아.
친구들과 나 모두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서 한 학생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