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1 17:35•조회 35•댓글 0•ㅎ
나는 담이의 뻗은 손을 잡아 떼며 선반 위의 붉은 책을 꺼내주었다. 담은 붉어진 얼굴로 바닥을 노려보곤 늘어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간신히 한 마디를 읊조렸다.
“고마워.”
그리곤 등을 크게 부풀고 숨을 내쉬며 책을 감상했다. 오늘따라 예뻐 보였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더니 아무리 털털한 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작은 탄식을 내뱉곤 책 구절을 흝었다. ‘사랑과 부조리’라고 평소 좋아하던 책인데, 잡생각을 하며 읽은 탓에 내용을 다시 보아야 했다. 성가시다는 생각이 드는 직후 담이가 다시 기침했다.
담이는 감기에 자주 걸리곤 한다. 나는 담이를 힐끗 보고는 다시 눈을 돌렸다.
‘우리는 동일한 사랑을 느껴야만 할까요. 우리는 왜 다른 형태의 감정을 어긋난다고 표현하는 걸까요. 사랑은 억압입니까? 틀이 되어야만 합니까?‘
”틀이 되어야만 합니까.“
나도 모르게 따라 읽은 구절은 담이의 시선을 나에게로 불러 모았다.
“그거 재미있던데. 사랑과 진리?”
“사랑과 부조리. 꽤 재미있게 읽고 있어.”
나는 담이의 말을 정정해주곤 다시 감정이라는 사상에 대해 상상했다.
담이는 과연 답을 알까?
“…….”
담이의 세계에선 이 사랑이 허용될까. 그렇다면 세상의 질타는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둘이서 어디론가 멀리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돈과 명예, 지위, 제한된 자유를 버려두고 새로운 종이 되어서.
담이 나를 빤히 보았다. 그리곤 피식 웃다 다시 기침했다.
콜록콜록.
들이마신 쓴 구열 때문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언어로 사랑을 말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