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게 영겁의 시나리오는 껌과 같았다. 단물이 빠져버린다면 다시 새것을 입에 넣으면 될 일. 보상에 취해 사랑하지도 않는 기사를 기다리고, 만나고, 구해지기를 수백 번 반복하였다.
제 스스로 방에 돌아올 때면 갈수록 커질 디저트의 달콤함을 무의미하게 상상해 보며 다시 반복될 오늘을 잠깐의 틈 속에서 기다리곤 했다. 내일의 오늘에 입을 드레스를 속으로 고르며.
샹들리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반짝였다. 기사의 것으로 얼룩져 탁해진 그 사랑스러운 소녀로부터 머금어지지 못하고 반사된 빛이 이 공간을 북극성에 지지 않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쾌락快樂의 절정을 지나 새벽에 살며시 눈을 뜨니 잠깐 후회되었다, 쾌락快諾이. 하지만 칼집이 된다면 그 안에는 칼날만이 아니라, 누구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색색의 보석들이 들어오기도 하기에 정작 페이지를 넘길 때에는 고민 하나 없게 되는 것이 참 우스웠다. 유혹하는 처지는 이쪽일텐데.
노을이 보드라운 카펫에 천천히 스며들고.
꽃이 만개한 봄날의 들판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즐기던 때, 강한 빛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온 헤라는 공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만진 후 휘날리는 꽃잎들과 함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당황스러움에 그저 두 손을 꼭 모으고 있던 그녀는 두리번거리다 구름의 사이로 황금빛 화살을 얼핏 보았다. 뇌가 인지한 직후에 화살은 그녀를 꿰뚫었고…
눈을 뜨니 화장대의 앞에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자신의 모습이 거울로 비치고 있었다. 후우, 숨을 가다듬고 다 식어가는 과일차를 티스푼으로 멍하니 젓기를 계속.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알람삼아 정신을 차렸다. 갈증에 향을 느낄 틈도 없이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이었다.
싫어!
그런 본능의 말이 깊은 속에서 울렁이며 역류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알게 되어버렸을지도. 바닥에 떨어진 티아라를 공주는 젖은 눈으로 원망스럽게 한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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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반대로 넘겼다. 등 뒤에는 유리 조각을 쥐고, 침대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은 유리 조각이 향한 자의 몫까지 전부 앗아간 것만 같았다. 이제 공주를 구할 기사는 없어.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히 세상은 아름다웠으리라. 프릴 드레스의 안에서 열쇠는 고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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