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19:12•조회 415•댓글 25•바다
사람들은 모두 빨간 산타를 기다린다.
반짝이는 트리 아래, 크리스마스 종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기대하는 건 선물과 웃음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물을 받아도 웃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깨어진 장난감처럼 마음이 금이 가 있거나 크리스마스조차 기다릴 수 없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는 파란 산타가 찾아왔다.
붉은 망토 대신 짙푸른 외투를 두른 그는 눈길조차 조용히 밟으며 나타났다. 창문을 스치는 순간, 달빛이 푸르게 번져 아이의 방 안을 적셨다. 아이가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면 산타는 마치 오래전 꿈속에서 본 것처럼 조용히 웃고 있었다.
“괜찮아, 오늘은 울어도 돼.”
그는 선물을 건네지 않았다. 대신 아이 옆에 앉아, 오래된 그림책을 펼쳐 보이거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주었다. 그림 속 별빛은 살아 움직이는 듯 미세하게 흔들렸고, 그 빛이 아이의 눈동자에도 고요히 내려앉았다.
아이의 얼굴이 파란 외투에 파묻히는 순간, 외투는 바다처럼 부풀어 아이의 울음과 슬픔을 은밀히 삼켜 안아 주었다.마치 바람과 달빛이 손끝으로 스며드는 것처럼,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듯했다.
아이는 울다가, 눈물이 잦아들면 조용히 웃었다. 숨겨둔 비밀을 속삭이듯 터뜨리는, 작은 웃음이었다. 그 웃음 속에서 마음 한구석에 아주 작은 빛이 피어올랐다. 그 빛은 선물 상자 속 반짝이는 장난감보다 오래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이 가슴속에 놓인 별처럼, 결코 사라지지 않을 빛이었다.
아침이 오면 파란 산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밭엔 아무런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고, 아이는 늘 꿈을 꾼 듯 눈을 비볐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 남은 온기만큼은, 여전히 별빛처럼 반짝였다.
사람들은 말하길, 빨간 산타가 상자를 남기듯, 파란 산타는 조용히 아이들의 가슴에 별을 심는다고 한다.
그 별빛은 눈처럼 천천히 쌓여, 아이의 마음을 하얗게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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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겨울이니 시린 마음을 살짝 녹여주려고 들고 온 글 | 오랜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