刮命 – 2 순자는 말했다, 성선설은 병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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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21:45조회 12댓글 0몬치치
신은 없어.

어째서 사람들은 악마를 악이라 칭하고 천사를 선이라 칭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천국에도 한계가 있다면? 모든 죽은 선한 인간이 천국으로 가면 그 천국은 과연 선한 사람 만큼 넓을까? 그리고 천국의 한계가 끝난다면 선한 사람도 지옥에 가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천국은 정녕 천국이 맞을까? 자신의 스승, 제자, 친구, 부모가 선한 사람임에도 지옥 불구덩이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선인들은 아직도 천국에 일찍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을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하는데, 그렇다면 그 싸이코패스의 기준은 있을까? 그냥 사람들의 일반화가 만든 고정관념의 악 중 하나가 아닌가? 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나쁘지? 그 사람이 자신에게 더 악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우리는 본인이 한 악에 대해 깊게 반성해야 할까?

고등학생 때 철학을 지독하게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바로 성악설입니다. 인간 본래부터 악한가 아니면 서서히 악해지는가? 옛 시절로 돌아가 맹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걸음마하며 신체적 약자였던 시절 당신 앞의 음식은 자기 입에 먼저 들어가지 않았느냐고. 성선설을 주장하는 이는 모두 병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의 나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입양을 왔음에도 독립을 혼자 한 이유를 궁금해할 것 같은데, 나는 아마도 파양 당했습니다. 삼 년 정도를 안락하게 살다 다시 쓰러지는 고아원으로 내팽개쳐진 것입니다. 열한 살에 입양을 갔고 열네 살에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온 날 보며 원장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요.

– 괴팍한 년...

원장을 죽일 때는 저답지 않게도 얇은 라텍스 장갑을 사용했습니다. 내가 살해하고 싶어 살해한 사람의 피가 아닌 나를 살해하고 싶게 만들어 살해당한 사람의 더러운 피는 별로 몸에 묻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장갑을 입에 넣고 꿀꺽, 삼켰습니다. 입양을 갔을 때 유리 조각을 샅샅히 먹은 것과 같이.

다음날 경찰은 또 저희 고아원을 방문해 한숨을 쉬었겠죠. 이 고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이 벌써 다섯 건은 넘겠다고. 다만 아무도 아이들을 용의자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교묘한 촉법과 선량한 눈망울이 합쳐진 결과물이었다는 겁니다. 나는 몰래 미소지으며 경찰에게 외쳤습니다.

– 쟤가 어제 원장실로 들어가는 거 제가 봤어요.

지목당한 아이는 억울함을 호소하다 눈물을 터뜨리는데, 그게 얼마나 재밌는지 모릅니다. 그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되든, 살의를 품든 알 바는 아닙니다. 내가 그 말을 뱉은 순간부터 아이는 영원히 고아원에서 보지 못 하게 될 테니.

매일 괄명 일지를 쓰며 하루 하루가 기쁩니다. 제 생각을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참 기뻐요. 누군가는 악의에 가득 찬 싸이코패스라며 욕할 것이고 누군가는 공감대를 만들어 살인에 대해 다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겠죠.

– 괄명. 깎을 괄에 목숨 명, 목숨을 깎아내다.

목숨을 깎아내는 일지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직도 천국은 선한 곳, 지옥은 악한 곳이라고 여기실 건가요? 당신의 조상이란 사람이, 혹은 그 뿌리의 근본마저 천국에 갔으리란 보장도 없는데?


@ https://curious.quizby.me/mo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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