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몇 년 전과 똑같이 일렁였다. 여전히 힘차고, 사람도 북적거렸다. 일렁이는 파도가 제 얼굴을 비춰주었다가 깨지기를 반복했다. 분명 전에는 둘이었는데, 혼자 오니 느낌이 생소했다. 우리는 변했는데 여기는 변한 것 하나 없었다. 그대로였다. 모래와 물은 여전히 같이 있었고, 조개껍데기도 모래와 같이 있었다. 자연도 같이 붙어있는데, 왜 떨어진 것은 지빈이와 나뿐일까?
사박사박 거리는 모래를 짓밟으며 해안가를 유유히 돌아다녔다. 그 사박거리는 소리와, 발 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아니, 걔가 먼저 나에게 멀어지자고 선언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고 후회하고, 자책해야 할 입장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은 여전히 무거웠다.
몇 년 전에 했던 약속이 파도에 우그러지기라도 한 듯, 파도 소리는 일정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또 같이 오자‘ 이 약속이 마치 허공에 흩어진 듯했다. 모래에 글자를 적으면, 파도 때문에 사라지는 것과 같이 그 약속은 사라졌다. 아니,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힌 것이다.
발을 살살 간지럽히는 파도는 차가웠고, 염분 때문에 시간이 지나자 찝찝해졌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멀어졌고 바뀌었지만, 우리의 추억을 만들어 주던 곳은 여전히 몇 년 전과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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