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당신은 별처럼 웃었다》 6화: 잊혀진 리아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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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08 14:50조회 7댓글 0EIEI 🫶
〈6화〉잊혀진 리아나들

리아나는 오래된 기록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밤이 깊었고, 달빛만이 책장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의 손엔 낡은 노트 하나가 들려 있었다.
표지에 흐릿하게 적힌 이름.

「벨로체 실험기록 A-01」

손이 떨렸다.
하지만 리아나는 천천히 첫 장을 넘겼다.

『A-01 대상자 : 리아나 벨로체.
상태 : 본 실험의 기초 기억 이식 대상.
특이사항 : 정서 반응 극단적으로 낮음. 웃음 없음. 감정 학습 실패.
예상 수명 : 미정.
코드명 : 잊혀진 봄.』

리아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웃지 않았다고…?”
“감정 학습 실패…?”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분명 웃고 있었다.
시아른에게, 마리우스에게, 별빛 아래에서—웃고 있었다.

“…그럼 나는…
감정을 ‘학습한’ 복제일 뿐인 거야?”

자신의 감정이, 애초에 타인의 기억에서 비롯된 거라면—
그건 진짜일까, 모조품일까?

📄 노트의 뒷장엔 실험 일지가 더 있었다.

『2월 3일.
대상자 A-01이 본인의 이름을 처음 발화함.
“리아나.”
표정 없음. 감정 없음. 하지만 기억은 서서히 자리잡는 중.』

『3월 19일.
프로젝트 “별의 기억”과 접촉 시작.
실험 실패 시, A-01은 폐기될 예정.
실험 중단 검토 요청 중.』

『4월 1일.
A-01 실종. 아카데미 측과 협의 진행 중.
시에른 카벨의 개입 가능성 제기.
‘감정 이입’이 예측보다 빠르게 발생한 정황.』

리아나는 노트를 닫았다.
이건... 단순한 실험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기억’을 씌우고,
그 기억이 만들어낸 감정에 누군가가 ‘반응’했고,
그리고 결국, 자신은 지금… 살아남았다.

그 모든 과정에서, 리아나는 한 번도 스스로를 선택한 적이 없었다.
그저 만들어졌고, 기억이 주입되었고, 존재하게 되었을 뿐.

“...나는 누구의 감정을 살고 있는 걸까.”
“이건 진짜 내 슬픔일까, 아니면... 흉내일까.”

그때였다.
기록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여기서 뭐해.”

시아른이었다.
그는 리아나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또 울었지.”
“아니야.”
“거짓말.”

시아른은 그녀 곁에 앉았다.
책상 위 노트를 조용히 밀어둔 뒤,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가 누군지 아직 모른다 해도.
나는 지금의 네가 만들어낸 감정을 믿어.”

“…….”

“너는 기억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지금…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 말은,
마치 리아나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을 꺼내어 안아주는 듯했다.

그 순간—
창밖 어둠 속,
누군가가 조용히 리아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제 곧 알게 되겠지.
누가 ‘진짜’ 리아나였는지.”

✦ 다음 화 예고 ✦

〈7화〉그림자 속 리아나
— 또 다른 리아나.
그녀는 살아 있다. 그리고 리아나 앞에, 직접 나타난다.

🔥 떡밥 POINT 요약 🔥
✔︎ 죽은 줄 알았던 '진짜 리아나'… 실은?
✔︎ 실험기록에 등장한 '별의 기억 프로젝트'
✔︎ 시에른, 과거 실험에 개입했을 가능성
✔︎ 리아나의 감정 = 기억 이식이 아닌, 자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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