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에서 음악 선생님이 거문고를 꺼낸 건지 학교에 다녀와선 줄곧 거문고를 사 주면 안 되냐고 졸라댔다 거문고 그거 얼만 줄 알기나 하고 그래 동생은 중고로 삼 만원에 산 옛날 휴대폰으로 거문고 영상을 틀곤 허공을 손으로 뜯었다 손과 손이 맞닿는 지점에서 투명한 줄이 진동한다 애석하게도 가난은 소리조차 없었다
빨래를 개어 널어놓으며 동생의 담임선생에게 온 연락을 곱씹어봤다 음악 시간에 거문고를 쳐 봤는데 놀라울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했다 천재라는 말은 가난 앞에서만 그렇게도 쉽고
휴대폰으로 거문고를 검색하는 손가락은 만지면 안 될 것을 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 거문고
ㄴ 거문고 가야금 차이
ㄴ 거문고자리
ㄴ 거문고 가격
거문고 검색창이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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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졌다 꺼졌다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피어나는 꿈 사이에 끼어버린 낡은 꿈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어쩌면 인생은 연관 검색어 단 한 칸 차이 정도로 갈라지는지도 모른다
야자는 돈이 들지 않아 매일 열 시까지 꼬박 학교에만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항상 하늘이 검었다 열일곱 살에 하교하며 돈이 별처럼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별을 돈처럼 세었다 하나 둘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길에 바닥에서 주운 동전으로 아이스크림을 샀다 삼십 도가 넘는 온도에 금방 줄줄 흘러내렸지만 지독한 열대야에 하늘에는 세 갈래의 별들이 솟아 있었다 여름의 대삼각형*이었다
그래 동생아
내가 별이라도 따다 줘야 한단 말이니?
거문고의 가격은 우주의 넓이만큼이나 거대했고 그건 마치 어릴 적 잃어버린 꿈만 같았다
그거 알아? 거문고자리는 십팔 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거문고자리는 십팔 년 전 모습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거문고자리는 지금쯤
꿈을 잃지 않은 열일곱을 기억하고 있을까
서른다섯에 맞는 베가의 빛은 사무치게 어두워서 우주 속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를 사유하게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먼 것들만 사랑하게 되는 걸까
생(生)과는 하등 관련 없는 별들이
어두울 때 제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여름의 대삼각형: 여름철 북반구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백조자리의 데네브,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거문고자리의 베가로 이루어진 삼각형 모양의 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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