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9 18:13•조회 34•댓글 2•예 청
사랑, 어쩌면 없던 거 아닐까? 이미 사르르 갈려 너의 스무디가 된 거 알고 있잖아. 그러면서 왜 확인해? 직접 갈아 넣으라고 주문을 내리지 않았나. 권태기,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믹서기에 갈아서 끝까지 마시도록 x에게 너의 모습이 아른대네.
다음으로 갈려질 사진과 사랑에 독을 첨가해 x에게 전달해 주는 너의 모습을, 두 눈으로 봐버렸잖아. 뭐, 내 눈을 꺼내 세척할 수 없으니 그저 너와의 사랑도 갈아버려야지. 그 독이 가득한 사랑 주스의 다음 주인공은 나겠지?
흘러나오는 노래와 흘러나오는 독 거품, 왜 나의 모습이 교차할까? 번호판을 누르는 이 손가락이 다음은 나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 이제 다음 주인공은 나라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아.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랑 주스를 마시고 나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하지?
너가 소환한 그 추억이 짜증나, 이제 이 사랑 주스도 너에게 먹여야 할까? 독을 여섯 방울 먹여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눈을 감도록. 미안하지는 않아, 어차피 이제 다 사라질 너여서. 사랑 주스의 사용법은 듣지도 않고 뒤돌아서 독 방울을 넣는 너여서.
아, 나 너에게 답할 말이 떠올랐어. 고맙진 않았다. 그 한마디, 너에게 억눌려 말하지 못하고 계속 마음에 박아넣었던 말. 쓰레기 같은 향수 냄새와 담배 냄새에 찌든 차에 타서 항상 하고 싶던 말, 왜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는지. 장례식 정도는 열어줄게.
자, 어서 마셔봐! 나도 너와 똑같이 만들어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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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빼고 써서 망해버린 글입니다 그래도 좀 길게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