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맺힌 이슬 한 줄기에 뺨을 가져다대자
새벽이슬이 뺨을 타고 흐르네요.
사랑을 부르짖던 그대의 모습이 떠올라서
머리가 아파오자 눈을 지긋이 감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기에
그대가 영원히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기를 바라기에
눈을 지긋이 감고 잔상이 지워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날은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었습니다.
아마 23년도였다죠, 이제 저도 스물 세 살이니.
저는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한 채 캠퍼스를 향했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을 게 분명하지만,
나는 그대가 내 앞으로 뛰어오는 것을, 왜였는지는 몰라도
참 익숙한 듯이 바라봤어요.
그대는 참 쉽게도 사랑을 말했어요.
그 짙은 갈색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사랑해" 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사랑에 빠졌던 것 같지만
어쩜 그렇게 어린 나이에 사랑을 외쳤는지,
아직도 후회하네요.
노래를 부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대를 보면
행복이 넘치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난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직 그곳에 있다면 어렸던 나에게 설명해주겠어요?
그날의 사이렌은 참 시끄러웠습니다.
그대의 몸이 창백한 비닐에 휩싸여서
얼음장 같은 색으로 차갑게 식어갈 때쯤,
나는 축축히 옷을 적시는 비를 뚫고
사이렌을 울려대는 자동차를 향해 뛰었어요.
이제 보니 표현들이 참 직관적이네요.
하지만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사랑을 말하고 며칠 안 된 그날 그대의 체온과
내가 뛰어든 그 연못의 온도가 비슷했던 걸요.
이제 우리는 함께 얼어가요,
언젠가 찾아올 따뜻한 봄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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