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없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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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1 12:18조회 44댓글 2ne0n.
너는 내게 전부였다. 네가 웃을 때면 날카롭게 얼어붙어 있던 세상은 녹아내렸고, 네가 나를 안을 때면 마음 속까지 붉게 물들었다.

우리는 세상의 시선을 뒤로한 채, 우리만의 내일을 그려갔고 늘 함께일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장 빛나던 순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잠결에 뻗은 손끝에는 너의 온기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새벽의 차가운 공기만이 침대에 흘러들었다.

아무리 손을 움켜쥐어도 찾아보려 해도 네 흔적은 잡히지 않았다.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그토록 의지했던 내일은 이미 너와 함께 사라져버렸다는 걸.

나는 네가 남긴 모든 것들을 더듬다 지쳐갔다. 너의 향기, 웃음, 기억까지 모든 게 먼지처럼 허공에 날려 흩어졌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그 흐름은 나를 앞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바닥으로 끌어내릴 뿐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 가져다준 건, 아물어가는 상처가 아니라 점점 짙어지는 그림자였다.

나는 하루를 견디고, 또 하루를 견디는 것으로 밤을 메우고, 그 밤들이 쌓여 내 안에 무거운 바다가 되었다.

이제 나는 네가 없는 세계에 천천히 길들여진다. 길들여진다는 말은, 내가 조금씩 색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네 부재는 더 이상 일시적이지 않고, 내 존재 일부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쓰지만, 가끔은 숨을 쉬는 일조차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것만 같다.

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나의 날들만, 너의 흔적을 따라 점점 더 침잠해간다.


@ne0n. :누구의 숨결도 없는 새벽
https://curious.quizby.me/ne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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