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9 00:07•조회 43•댓글 1•여운
아직도라는 단어는 너무나 참혹하다
마치 영원을 비꼬는 듯한 말
영원은 존재하지 않지만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한 사람은
영원인 척 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슴속 영원인 척 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나도 네 웃음을 좋아한다. 순진하게 웃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 웃는 네 웃음을 아니 너를 아직도 좋아한다.
마치 수학의 한 공식인 듯 튀틀리듯 엇갈려버렸지만
아짓도 너를 처음 본 유월의 따스하고 조금은 쌀쌀한 그 공기를 많이 연모한다. 뇌리 속 깊이 봄날이 상기된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계절은 처음 만났던 그날의 계절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깊이 염원해본다
한 사람의 여름을 한 입 베어 문 너는
다시 우악스럽게 그 여름을 토해낸다
식도를 역류해 나온 여름을 너는 토해냈지만
나의 여름은 목구멍에 걸린 채 나오지 못했다.
새벽녘 둥근 달 아래 어스름이 뜬 상사화
너는 분명 나에게 샛노란 유채꽃을 좋아한다고 했으련지
아니면 내가 너에게 샛노란 유채꽃을 투영한건지
너가 좋아하던 내가 너처럼 좋아하던 유채꽃을 닮았다
샛노란 유채꽃이 만개하는 봄날에 우리는
여름을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 혼자 손꼽았고 바래왔고 아파했고 잡았고 놓아줬다
흩날리던 벚꽃잎이 새하얀 눈송이로 변색되었을 때
나에게 끝나지 않을 듯 했던 영원이 끝났다
아니 나는 끝남을 깨닭았지만 인정하지 못했다
쓸쓸한 현실은 내가 견디기엔 버거웠다
겨울 바람이 심장을 후벼팠다
그리고
이별은 퍽이나 감격스러웠다
내 사랑이 외사랑이었다는 잔인함이
나 자신을 추악스럽게 깎아내렸다
내 사랑이 외사랑이었다면 내 여름도 반여름이었나
한여름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추태한 나는 너에게 여름의 전부를 바치고 싶지 않다 내 평생의 여름이 겨우 너라는게 싫었다
이 따끔한 사랑은 무색하게도 여름과 닮았기에
아니 나는 이 여름과 너를 싫어해보려고 애썼다
나는 아직도 너를 닮은 유채꽃이 좋아
코끝을 찌르는 봄의 꽃내음이 좋아
내 여름에 반이 너였으면
네 여름에 반도 나였으면
서로에게 여름을 나눠줄 수 있었더라면
영원은 존재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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