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 항해 p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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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2 11:26조회 104댓글 5성하
가정폭력 - 살인 묘사. 읽을 때 역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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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7일, 강변으로 새하얗게 질린 채 떠내려온 시체 두 구는 서로를 붙들고 있었던 것처럼, 손끝에 서로의 살점과 손톱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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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류와 유수인은 쌍둥이였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과 눈 밑 점, 유독 붉은 입술까지 전부 서로를 닮아 가끔은 자신들끼리 혼동하기도 했다. 둘은 늘 모든 것을 같이 행했다. 둘 중 하나가 빠지는 일이 없게 함께하지 못한다는 말에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 십사 년 전,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지 않았다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어린 시절과 같았을 것이다. 집안이 내려앉으며 어머니는 이를 빌미로 이혼을 요구한 후 자신의 어린 남자친구와 함께 도주했고, 매일같이 술에 꼴아 집에 들어오던 아버지는 가정적이었던 전과 달리 둘에게 화풀이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수류와 수인에게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즈음 둘의 첫 살인이 시행된다. 예사 똑같이 욕을 하던 정철을 먼저 찌른 것은 수류였다. 잔뜩 취해 비틀거리던 아버지의 허리로, 수류는 칼을 박아 넣었다. 비명도 지르지 않고 쓰러진 정철의 복부에서 핏물이 배어나왔다. 협탁에 기대 편의점 캔커피를 홀짝이던 수인은 담배를 꺼내 물고는 시커먼 연기를 훅 뱉는다. 늘상 그랬다는 듯이, 바닥에 엎어진 제 아비를 바라보면서. 수인은 희열이 드러나는 웃음을 짓던 수류의 잔상을 머릿속에 굳혔다.

첫 살인 이후, 계획된 범죄가 아니었기에 둘은 아버지의 시신을 바닥 구석에 밀어놓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썩어버린 살이 문드러지며 구더기가 모였다. 정철은 죽은 듯이 동네를 배회하던 인간이었다. 한동안 무언의 의심조차 받지 않았고, 둘은 바닷가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끝맺은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사라진 집안은 적막만이 감돌았다. 가끔씩 수류와 수인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을 뿐, 더 이상의 고함도 술병의 소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잠에 들 때면 서로의 숨소리만이 남아 들려왔고, 다시 눈을 뜨면 둘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달의 시간 안에 숨어 수류와 수인은 둘 사이의 감정을 사랑이라 이름짓고 그것에 서로를 투영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연이어 두 번째 살인이 벌어졌다. 명백한 고의였던 저번과는 달랐다. 여름철의 한낮에서, 깊고 차가운 죽음을 던졌다. 가히 실수라고 말할 만 했다. 그렇다고 정의해야 했다. 또 하나의 숨이 얼어붙었다.

진득하고 눅눅한 방 안의 공기를 피하기 위해 둘은 계곡을 찾았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은 스치기만 해도 서리가 낄 듯한 공기로 가득차 있었다. 지난밤 장대비가 쏟아진 탓이었다. 비가 내린 계곡은 물이 넘쳐 위험했기에 계곡에는 둘 외에 아무도 없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멀리서, 연이어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고 곧 도망친 어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수류의 예상보다 더 망가져 있었다. 열렬히 사랑하셨던 남자친구는? 수인이 작게 비아냥댔다. 둘은 언제 맞추기라도 한 듯 제 어미에게로 다가갔고, 함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어머니는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두려움이 서린 두 개의 동공이 쌍둥이를 바라보았다. 둘에게 충동이 일었고, 동시에 그녀를 밀었다. 똑같이, 전혀 계획되지 않았던 두 번째 살인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억 속에 새겨진 것은 어미의 몸짓이었다. 창백하고 앙상한 손을 뻗으며 울부짖던 표정.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동공은 핏줄이 터져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수인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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