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벛꽃이 만개함과 동시에 전국을 강타한 소낙비가 무더위의 시작을 알렸고, 느긋하게 꽃구경은 커녕 계절이 바뀌었음을 감각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유독 올봄은 몇몇을 제외하면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올라오는 주기가 뜸해 보였다.
그 휑함에 위로를 받아가며, 태풍보다 먼저 몰아치는 일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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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돈이 필요했다. 지갑 속 허전함이 마치 자신의 속과 같아도 자신보다는 지갑의 공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본인의 허기나 추위 따위는 신경쓸 시간도 없었다.
요즘 부쩍 땀이 맺히는 빈도가 늘은 것을 우는 감사하게 여겼다. 자신의 마르고 얇은 몸을 아직까지 고용하는 사장이 아무리 우 본인을 하대해도 그저 감사했다. 자신의 미래와 노후, 그리고 하나 남은 남동생 신이는 굳은살이 손톱보다 두꺼워지더라도 아르바이트를 나가기엔 충분한 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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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은 늘 그렇게 찾아온다. 예상하지 못 했지만 막상 만나면 반가워 버선 발로 마중 나가고픈 심정으로. 세상 제일 재력가도, 노숙자도 그 누구나 심장 저 깊은 동맥혈 안에 낭만을 품고 산다는 말은 우가 신이에게 어린이집 시절부터 알려 주었던 표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사람을 구분해선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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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책가방도, 필기구도, 새 옷도, 준비물 값 전부 우의 몫이다. 우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다. 유치원 때는 꼬박꼬박 보여주던 알림장을, 고작 몇만 끼 더 먹은 신이는 이제 우의 사정을 완벽히 간파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