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의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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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2 16:00조회 78댓글 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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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향이 은은하게 퍼지던 푸른 대지 위에 앉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당신이 없음에도 이 공기는 여전했고,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까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당신이 없던 시절 속 이 세계는 무채색 같았다. 색깔마저 존재하지 않는 듯 모든 것이 탁하게 변하였던 그 꼴은 지금 와서도 상상하기 싫은 것에 속할 뿐. 사람들은 그에 응하듯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은 꼭 잊혀져가는 존재들 같았다.

그때 나는 기력조차 모두 잃은 듯 한 어른들을 제치고 뛰어 노는 어린아이였다. 그 어린아이는 뛰어다니며 세상의 재미를 찾는 것을 좋아했고, 신비로운 것을 원했다. 그런 아이가 세상의 물정에 대해 알아봐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금 이상하다 같은 생각들만 머릿속에서 짚고 있다가 이내 지워버릴 뿐이었던 그 시절이 있었다.

- 거기로 가면 네 생은 이어갈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무에 기대앉은 당신을 지나쳐서 나아가려던 강 앞에 멈춰 섰다. 그 목소리는 단호하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당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아주 길었음에도 곱게 자란 듯한 머리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 시절 내가 찾던 신비로움이었을까. 그 후로 당신의 곁에서 머무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저리 가라는 듯 손짓하다가, 결국 받아들인 듯 더 이상의 행동은 없었다. 나는 무료함을 느끼면 당신을 찾았고, 함께 무채색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시간이 지났을 때 당신은 물었다.

- 원하는 게 무엇이지?
- 지금보다 밝은 세상이요!

웃으며 말했다. 흑백뿐인 세상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깔로 가득 찬 세상을 바랐기에. 그리고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에도 당신을 찾았지만, 당신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소리치며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어 주변을 둘러보자, 아래의 세상이 보이던 언덕 앞에 서니 이 세상은 아름답게만 보였다. 흑백뿐이 아닌 색이 조화를 이루고, 사람들의 갈 곳 없던 힘 없는 발걸음은 힘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당신이 항상 기대앉았던 그 나무에 손을 얹었다. 다시 여기에 있는 듯 부드럽게 퍼지던 공기에 당신을 떠올렸다.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그 눈길을 떠올리며, 그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여전히 있는 것만 같은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으로.

당신이 있던 세상이 내 디스토피아를 새로운 유토피아로 바꿔주었으니, 그 유토피아 속 우리는 영원히 부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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