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1 22:46•조회 35•댓글 3•백아연
Gift.
1.
여성형 명사 선물, 증여물, 하사물 (=Gabe) (→Mitgift)
그저 우연이었다.
그 사전을 펼쳐보게 되었던건.
어떤 언어 사전인지도 제대로 써있지도 않은, 휴대용으로는 좋아보이는 낡은 사전. 동네 서점에 이런 걸 왜 팔고있나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답은 간단했다. 원래 이 서점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판 헌 책을 아주 싼 값에 팔았으니.
"사장님, 이거 얼마예요?"
사장님은 쓰윽 책을 보고선 말하셨다.
"3000원."
지갑을 뒤져보니 5000원 짜리가 한 장 꼬깃하게 접혀있었다.
"사장님, 저 이거 살게요."
사장님은 지폐를 받으시곤 1000원 짜리 두 장을 주셨다.
"학생, 조심혀."
"네?"
"조심하라고."
"아... 네,"
괜히 소름돋게 이거 사니까 조심하라고 하는 건 뭐람...
가방 한 켠에 사전을 넣어두고는 서점을 나가 독서실로 향했다.
"어? ##이 안녕!"
"아, ××이네. 지금 온거야?"
"한 두 시간 전 쯤에? 오늘 학원 없는 날이니까 여기서 하루종일 있어야지-"
"ㅋㅋ 그러네."
나는 가방에서 문제집과 자습서를 꺼내다가 문뜩 사전이 생각나 그걸 ××에게 보여줬다.
"야야, 이거봐라?"
"헐, 뭐야? 시집? 시험 비법 노트?"
"겠냐? 서점 갔더니 있더라고. 사전이던데?"
"엥? 요즘 누가 종이 사전 들고 다니냐? ㅋㅋㅋ 근데 진짜 작다."
"너 이거 어느나라 말인지 알아?"
내가 아까 보았던 페이지를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처음에는 영어사전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더라고. 이거 봐봐, 가...베?가 기프트 동의어라고 써있잖아."
"야, ㅂ신아. 그럴때 쓰라고 인터넷이라는 게 있는거야."
"너 천재냐?"
"너가 바본데,"
××이는 폰으로 사진을 찍어 어느나라 언어인지 찾아보았다.
"음... 아, 엥? 독일어라는데?"
"독일어? 아씨... 괜히 산건가..."
"야야, 여기 뒤에는 일본어 있는데?"
"헐, 진짜네?"
뒷장과 앞장에는 서로 다른 언어들이 불규칙하게 적혀있었다.
"...##아, 너 이거 알아?"
"뭐가?"
"독일어 기프트는 선물 말고 뜻이 또 있는 것 같은데?"
"그러겠지? 아무래도 독일어니까."
"아니 뜻이... 좀 이상해."
××이 사전을 가르키며 말했다.
"여기 봐봐..."
Gift
1.
여성형 명사 선물, 증여물, 하사물 (=Gabe) (→Mitgift)
2.
중성형 명사 ((„die tödliche Gabe“)) -(e)s, -e
3.
중성형 명사 독, 독약; [의학] 독물, 독소
"...독? 갑자기?"
꺼림칙했다. 아까 사장님이 하신 말씀도 그렇고.
"...야, 너 바보냐? 누가 이걸 보고 겁먹어."
"...그렇지? 에휴, 내가 너무 과민반응 했나봐."
"너 근데 손에 그거 뭐야?"
"응? 아, 이거? 사실 오늘 길 가다가 학원 언니 만났거든! 그 언니가 나눠주던데?"
"헐, 나 하나만."
"음... 그래!"
둘이서 입에 사탕 하나씩 넣고 독서실 안으로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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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시의 한 독서실에서 고등학생 A양과 B양이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독약 성분이 들어가있는 음식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유력 용의자는-]"
...네, 망글입니다. 하하. 이런거 좋아해서 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