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 단편집 _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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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5 21:24조회 79댓글 1백련
『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 』

북부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누웠다. 모든 마을들은 피와 사람들의 고통 서린 아우성으로 붐비고, 귀족들은 다른 나라로 도망가기 바빴다.

– 이걸로... 이제 400인가.

내 손에 들린 붉은 검. 정확히는, 붉은 무언가로 물든 검. 그 검은 내게 400명째의 사람 목숨을 앗아간 최고의 검이었다.

끝으로 갈수록 좁고 날카로워지는 모양새, 진흙판에 곱게 갈아 한껏 날카로워진 나의 검. 이것은 내가 이 나라의 진짜 왕이라는 증거다.

– 밤이 이리도 짧았나. 이제야 겨우 400명을 채웠건만.

벌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아직 1000명을 채우지 못했는데. 벌써 해가 떠버리다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숲 앞을 향해 계속 걸었다.

*

나는 이 세계에 갇혔다. 무슨 듣보잡 게임인지도 모르는 이 게임에. 탈퇴를 요구하면, 계속 오류가 났다는 경고 메시지만 한가득. 그리고 게임에서의 탈퇴 조건은, 주어진 검을 사용해 민간인 1000명을 사살하는 것. 도대체 이게 무슨 게임 룰이란 말인가?

– 남은 것은 600명. 600명만 채우면 나갈 수 있어...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을 죽였다. 이 지긋지긋한 게임에서 나가기 위해. 600명 남짓을 죽였다. 1명부터 함께 한, 이 검으로.

– * 게임 탈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1000/1000 게임이 자동 탈퇴됩니다. *

드디어, 드디어다. 1000명을 채웠다. 이제 이 문만 나가면...!

– 게임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탈퇴 조건은, 0/10000

이, 이게 뭐야. 난 분명 1000명을 다 죽였다고! 어째서 다시 가입이 된거야?!

무언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럴리가 없는데... 심지어 10배가 뿔었다. 10000명...?

*

– 끄읏—!

이걸로, 9999명인가. 더이상 마을에 남은 사람이 없다. 이 나라에, 남은 사람이 없다... 아니, 잠깐. 그럼 마지막 1명은 누구로 채워야...

그 순간, 나는 내 칼에 비친 나를 보았다. 전부 피로 물들어 더이상은 투명한 부분이 없었다. 그 손톱만 한 사이즈의 물들지 않은 부분으로 나를 보았다. 그 부분에 비친 나는, 살인에 미쳐 잔뜩 눈이 풀린 싸이코였다.

– 여기, 사람이 있네...

나는 누군가를 죽였다. 그 누군가는...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살인마였다...

*

– * 10000/10000 축하합니다! 게임에서 회원탈퇴 되셨습니다. *

*

서울 한복판, 전광판 뉴스에서는 A씨에 대한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오늘 오후 11시 경, 망상증 등 각종 정신 질환을 앓고있던 A씨가 자신의 머리에 칼을 꽂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망상증 약은 전부 쏟아져있어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집에는 수만 개의 인형들이 솜이 터진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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