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와. 하룻밤 정도는 재워줄 수 있으니까.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집은 무척이나 단조롭고 평범했다. 베이지색 소파와 노란끼가 도는 스탠딩 무드등. 그리고 그 옆에 놓아진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책가방. 딱 봐도 잘 사는 집 같았다.
– 선배, 정말... 부자시네요.
나는 고작 해봤자 손톱만 한 방인데.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이 큰 집을 통째로 혼자 살고 있다니... 은근한 자괴감이 몰려오자 나는 살짝 눈에 눈물이 고였다.
– 부자라니, 별 것 아닌데. 일단 씻을래? 편한 옷은 구해다 줄게.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입에서 씻으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화장실을 찾았다. ' Toilet ' 팻말이 붙은 방은 찾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방도 찾아버렸다.
– なおき(나오키) 선배, 저 방은 뭐....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던 방. 이상하게도 그 방은 다른 방의 도색과 다르게 문이 검은 색으로 페인트칠 되어 있었다. 그것도 반타 블랙보다 훨씬 어두운 검은색. 빛 조차도 반사가 안될 만큼.
– ... 그낭 일반 방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렇게 날카롭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아마 그 충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 아, 네... 알겠어요.
사실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저 문을 꼭 열어보고 싶었다. 지금은 마치 내가 영화 모아나 속의 주인공이 되어 암초 너머를 꿈꾸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으니까.
– 저 씻을게요, なおき(나오키) 선배.
그러자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끄덕였고, 내가 화장실의 문을 닫음과 동시에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쇠사슬을 풀려 달그락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문을 닫진 않았다. 저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알아야 했으니까.
– 1... 2.. 0, 6?
내 생일. 그와 동시에 내가 태어난 시각이었다. 12시 06분, 12월 06일. 그걸 내가 なおき(나오키) 선배에게 알려준 기억은 없었는데... ' 기억 동아리 ' 였을 때도.
– 들킬 뻔 했네...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작게 중얼거렸다. 화장실과 그 검은 방은 바로 코앞 마주보는 문이었어서 다행히 그 문 너머의 모든 것과 모든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검은 문을 열은 순간.
– 어...?
검은 방의 불이 켜짐과 동시에 온 벽면에서 빛나는 나의 사진들이 보였다.
*
– なおき(나오키) 선배! 그것들, 전부 뭐예요?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깜짝 놀라 날 소스라치게 돌아 보았고, 아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표정이 경멸로 바뀌어 있었던 것 같았다.
– 아니, ゆずは(유즈하)... 그게 아니라, 그게...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고 벽면의 내 사진들은 계속해 적나라하게 치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처음 찍었던 중학교 입학 사진, 나의 초등학교 졸업 사진까지.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할 사진까지 전부.
– ... 당장 설명해요. 저 사진들... 전부 뭔지.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내 앞으로 툭, 하고 무릎을 꿇었다. 분명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변명이 무엇이던, 나를 스토킹 했다는 말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무릎이 그리도 걱정되었을까.
– いずみ ずんはくぎょ(이즈미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했으니까... 아니, 그 훨씬 전에 처음 봤을 때부터... 바라보기만 해도 좋아서 그랬어... 제발 나 내치지는 마. 저 사진들은 꼭 싹 다 치워버릴게.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들킨 것 치고는 생각보다 침착히 대응했다.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걸까. 내 초등학교 졸업 사진... 저건 분명 내가 아무에게도 나눠주지도 않았던 것인데.
– 미안해, ゆずは(유즈하)... 나 너무 변태 같아서 싫어진 건 아니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저 잘생긴 얼굴로 날 붙잡는 모습을 보며 그 누가 넘어가지 않겠는가? 나는 똑같이 문 너머로 무릎을 꿇곤 なおき(나오키) 선배를 안았다.
– 저도... いずみ ずんはくぎょ(이즈미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했어요. ' 기억 동아리 ' 때부터... 사실 그 전부터 였을지도 몰라요...
그제야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정신이 들었는지 눈물 흐르는 뺨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와 눈을 맞출 때... 나는 저도 모르게 なおき(나오키) 선배에게 입을 맞춰버렸다. 고의가 아니었다. 실수에 가까웠다. 근데도...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なおき(나오키) 선배와 정식으로 하나가 되었음에...
*
– 저, 스톡홀름이라도 된 걸까요? 몇 년간 스토킹이나 하던 사람이 더욱 좋아지다니.
그러자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픽, 웃으며 답했다.
– 나는 내 얼굴이 잘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 얼굴이 아니었더라면 너와 만날 접점도 없었을 테니까.
なおき(나오키) 선배의 말이 완전 아니라고도 볼 수 없지만... 인정하기도 싫었다. 나는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정말 못생겼어도 좋아했을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 외치고 싶었다.
– 머리는 좀 어때? 다 마른 것 같지?
얘기 전 나는 목욕 후 나와 なおき(나오키) 선배가 머리를 말려주고 있었다. 강아지와 아기를 다루듯 섬세하고 다정한 손길에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 네, 잠들 것 같네요...
그러자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드라이기를 끄곤 내 어깨를 꽉 잡으며 말했다.
– 자면 안돼!
나는 막 노곤해지려던 참에 깜짝 놀라 なおき(나오키) 선배를 돌아보았다.
– 왜, 왜요...?
그러자 なおき(나오키) 선배는 살짝 발개진 얼굴로 말했다.
– 그야... 아직 할 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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