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그 낭만을 찬양하며 / 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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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22:42조회 63댓글 7depr3ssed
死 위에서 춤을 추면 그 존명 썩어 문드러질까.



낭만 장례식

그토록 두려워하던 낭만의 상실, 낭만의 사망, 낭만의 삭제, 낭만의 융해.

따뜻하고 차갑게, 말랑하고 딱딱하게 또 그렇게 영원히 내 기록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후에도 남아있을 줄 알았던 낭만이 죽었다. 나만이 아는 상실, 조문객이라고는 나뿐인 장례식.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세상이 흔들렸다 나는 파동이 되었다 파도는 세상이 되어 나를 집어삼켰다. 파도, 파도… 내가 낭만을 처음 보기 시작한 그 바다가 다시 내 눈앞에 펼쳐졌다.

저 멀리 바다로 흩어지는 낭만을 나는 계속 바라봤다. 흩어지고, 흩어지고, 쪼개지고, 그렇게 계속 흩어지는. 이윽고 낭만이 전부 바다로 돌아가자 그게 너무나도 아쉬웠던 나는 파도를 들이마셨다. 파도의 맛은 달콤짭짤한 케이크 위에 슈팅스타를 뿌린 맛이었다. 파도의 포말이 입안에서 토독 톡 하는 소리를 내며 방울방울 터졌다. 파랗고 투명한 물은 시폰 케이크의 맛이 났으며 전부 삼킨 이후에도 오랫동안 혀끝을 맴돌았다.

아, 아무래도 파도에 흩어졌던 낭만이 있었나 보다. 전부 소화시킨 줄 알았던 낭만이 내 심장에 들러붙어 쿵쾅쿵쾅 맥동했다. 심박수에 맞춰 흔들리는 잔물결이 느껴지지만 내 심장을 어떻게 볼 수 있으랴. 모두가 내 심장에 자리잡은 완벽한 파랑을 볼 수 있으나 정작 나는 볼 수 없다는 불공평함이 거슬렸다. 손톱으로 긁어내도 빠지지 않는 낭만은 유리 같았다.

새파란 유리가 내 심장 곳곳을 찔렀다. 심장을 찌른 투명하고 파란 낭만이란 이름의 유리는 파란 물감을 한가득 흘리고는 다시 심장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 꾸덕한 물감이 심장을 넘어 폐를 가득 채우는 기분이다. 숨을 쉴 때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유일한 파랑이 함께 흔들렸다.

낭만은 그렇게 녹진하게 들러붙어 나만의 파멸이 되었다.



———



外 / 있잖아, 있잖아. 넌 낭만이 부서진 이유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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